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은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다. 한류스타 송승헌이 출연한 치정멜로로 입소문을 탔지만 극장가 흥행은 시원치 않았다. 1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었는데 최종 스코어는 144만 명을 겨우 넘겼다.
하지만 인간중독은 적자를 면한 것은 물론이고 짭짤한 수익까지 남긴 승자로 기억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온라인 시장에서 한몫 단단히 챙겼기 때문. 지난해 디지털케이블 및 인터넷TV(IPTV) 영화 순위에서 8위에 오르며 27억5000만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게다가 컴퓨터로 보는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 순위는 당당히 전체 1위(매출액 8억 원)를 차지했다.
영화의 부가판권 시장은 2010년만 해도 매출 규모가 1000억 원대였으나 지난해는 2971억 원으로 뛰었다. 4년 만에 덩치가 3배 가까이로 커져 국내 영화시장 규모(2조 원)의 15%를 차지했다.
본보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영화계에서 주목할 흐름으로 응답자의 39.4%(13표·복수 응답)가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을 꼽았다. 이렇다 보니 VOD 시장에서 선호되는 에로영화 등은 극장에 거는 시늉만 하고 곧장 IPTV 등으로 넘어가 승부를 거는 경우도 흔하다.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은 영화계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는 “대기업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를 제작할 길이 열렸다”며 “최근 다양한 중소 배급사가 등장한 것도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최근 주목할 흐름 중 ‘다양한 중소 배급사 등장’이 8표를 얻은 것도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한다.
그러나 VOD와 온라인 시장이 아직 불투명한 점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 대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부 양소은 대리는 “오프라인 영화 상영관의 통합전산망처럼 시장의 영화 유통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낼 ‘온라인 상영관 통합전산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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