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충청역풍 피하려 여론무기로 사퇴 압박… 與 “어이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4일 03시 00분


[문재인 “여론조사로 총리인준” 제안 파장]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인준 표결 문제를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했다. 13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여론조사 카드’를 꺼내들자 새누리당이 “합의 파기”라며 강력 반발한 것. 야당의 국회 본회의 참석과 무관하게 16일 표결 처리를 공언하고 있는 여당과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여론을 확산시켜 자진 사퇴를 유도하겠다는 야당의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 여론조사는 충청 민심 의식한 고육책?

“인준 연기만 합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우윤근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표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여론조사를 의뢰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gna.com
“인준 연기만 합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우윤근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표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여론조사를 의뢰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gna.com
문 대표가 ‘여야 공동 여론조사’라는 뜻밖의 제안을 내놓은 것은 충청 민심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8일 마무리된 전당대회 국면에서 문 대표는 ‘호남 총리론’ 발언으로 충청권의 거센 반발을 샀다. 문 대표로서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노골적으로 반대할 경우 몰아칠 수 있는 ‘충청발(發) 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렇다고 자신의 지지 기반인 당내 친노(친노무현)계의 인준 반대 기류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문 대표가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기 위해 고육책을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의원들과 아이디어 차원에서 여론조사 방안을 논의했고, 이를 전해 들은 문 대표가 김현미 비서실장 등과 상의해 결정했다고 한다.

여론조사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온 악습(惡習)이 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2002년 대선까지 거슬러 가지 않더라도 2012년 대선 당시 야당은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경선을 검토했다. 또한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기초의원 무공천 당론 번복 과정에서도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50% 반영했다.

○ 우윤근 “나도 몰랐다”…당내에서도 비판

하지만 문 대표의 제안에 당내에서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대여 협상 창구인 우윤근 원내대표도 “(사전에) 몰랐다”고 고백한 것.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와 처음으로 만난 박지원 의원은 “근본적으로 여야가 합의했고 16일 (본회의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는데, 과연 여론조사를 하면 국회 역할이 있겠냐”고 쓴소리를 했다.

‘문 대표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 ‘진짜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는 당내 비판도 나온다. 한 야당 의원은 “대표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야당 대표의 발언이 갖는 무게감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 후보자의 인준을 오히려 돕는 격이 됐다”고 혀를 찼다.

논란이 커지자 당 지도부는 한 발 뺐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여론조사로 묻자고 제안한 것은 국민의 뜻에 따르자는 취지”라며 “여론조사에 의해서 판단하기보다는 여론조사를 보고 판단한다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고 해명했다.

○ 부글부글 끓는 與…확전은 자제

“말 왜 바꾸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및 
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야당의 총리 인준 여론조사 제안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16일 
반드시 인준안을 표결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말 왜 바꾸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및 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야당의 총리 인준 여론조사 제안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16일 반드시 인준안을 표결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새누리당은 문 대표의 제안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한다면 어떻게 국민들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한 충청권 초선 의원은 “충청지역에는 야당을 향해 ‘다음 대선, 총선에서 두고 보자’는 플래카드까지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확전은 피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하고 싶은 얘기가 없다. 웃는 것으로 끝내겠다”고 넘겼다.

하지만 문 대표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합의 내용을 왜곡했다’며 발끈했다. 문 대표는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하는 것 이상의 합의는 없었다”며 “그 양반(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이 그것(표결 합의)을 전제로 날 비판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문재인#충청역풍#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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