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낀 13∼15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덴마크뿐만 아니라 독일 예멘 바레인 리비아 이라크 등에서도 테러를 저지르거나 모의해 지구촌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다. 이슬람 본산인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국한됐던 테러가 북유럽까지 퍼져 ‘테러의 일상화’ 시대가 온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13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서부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박격포와 로켓 공격 및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알아사드 기지에는 3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라크군이 기지 내로 침투한 IS 요원 8명을 사살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4주년을 맞은 14일 바레인에서는 시아파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바레인 최초의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2011년 2월 14일 당시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바레인에 자국 병력을 파견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바 있다. 바레인은 국민 과반이 시아파지만 왕실을 비롯한 소수 수니파가 권력을 독점해 시아-수니파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리비아에서도 이슬람 무장단체가 중부 유전도시 시르테를 습격해 도시 전체가 사실상 마비됐다. 15일에는 IS의 테러 위협으로 독일 북부 최대 축제로 꼽히던 ‘쇼두벨’ 퍼레이드가 취소됐다. 독일 당국은 이날 “풍자물이 등장하는 거리 퍼레이드에 참여하면 IS로부터 테러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막았다.
예멘에서는 시아파 반군 후티가 정부를 전복한 6일부터 각국 대사관이 속속 폐쇄되고 있다. 14일에는 아랍 국가인 아랍에미리트도 대사관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유독 주말에 이슬람 테러가 빈번한 것과 관련해 테러를 선전선동 도구로 이용하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 특유의 전략이 배후에 있다고 분석한다.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는 “금요일은 이슬람의 휴일로 신성한 날”이라며 “자신을 순교자라고 자처하는 테러리스트들은 ‘나는 신성한 날(금요일)에 신성한 일(테러)을 하다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할 수 있어 명분과 정당성을 내세우기 좋다”고 분석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토요일과 일요일은 일반적 휴일로 어느 곳이나 사람이 많아 희생자를 늘리기 좋다”며 “테러리스트에게 희생자 수는 일종의 ‘실적’이며 사망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주목을 받기 때문에 주말에 테러를 저지른다”고 말했다.
이슬람권에서는 금요일 한낮 합동 예배를 ‘주무아(Jumu′ah)’라고 부른다. 다른 기도는 집이나 여러 장소에서 할 수 있지만 주무아는 반드시 이슬람 사원 모스크에 모여 행해야 한다. 주무아가 끝나는 금요일 오후 2시 전후로 모스크 주변에는 신자들과 차량이 장사진을 이룬다. 같은 이슬람권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일부 테러단체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상대 신자를 테러의 표적으로 삼아 다수의 희생자가 나오기도 한다.
한편 미 언론은 미 육군 제3전투여단 소속 4000여 명이 12일 콜로라도 주 포트카슨 기지에서 쿠웨이트 파병 출정식을 가졌으며 이번 주 초 현지로 떠날 예정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이라크전 참전 경험이 많은 베테랑 군인으로 구성된 제3전투여단은 미군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며 IS와의 지상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한적 지상군 투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미 PD는 “전면 지상전을 해도 이길까 말까 한 IS를 비행기로 하늘에서 군인을 투하했다 조금 뒤 다시 비행기로 거둬가는 식의 제한적 지상전으로 제압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이미 시리아에서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IS가 최초로 처형한 미국인 인질 제임스 폴리를 미군이 이 방법으로 구출하려다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전면 지상전을 포함해 미국이 테러와의 싸움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IS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1500만 달러(약 165억 원)를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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