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길고 험난했던 총리직을 마치고 16일 퇴임했다. 정 전 총리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이 진행 중이던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2013년 2월 26일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로 임명된 지 약 2년 만이다.
정 전 총리는 이임사에서 “돌이켜보면 보람도 적지 않지만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회한도 남는다”며 “지난해 4월 16일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떠올린 것이다. 그는 이어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감내해온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여러분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당시 사고 발생 직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격분한 실종자 가족들의 물병 세례를 받았다. 결국 11일 뒤에는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잇따라 낙마하면서 총리직을 계속 맡아야 했다. 정 전 총리가 짐을 쌌다가 푸는 일이 되풀이되자 인터넷에는 ‘불멸의 총리’ ‘총리의 블랙홀’ 등으로 패러디한 글이 많이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에 대해 ‘존재감이 약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총리실 관계자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내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고 말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이임사에서 경제 성장률과 고용률 회복 조짐, 과감한 규제개혁 추진, 울진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갈등 중재 등을 성과로 꼽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겸손’을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겸손한 공직자는 부패하지 않고, 겸손은 소통과 융합을 불러온다”며 “겸손의 문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형 사회로 나아가게 되기를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