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넷마블, 넥슨 맞서 연합군 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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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주식 맞교환에 합자회사 설립
엔씨 김택진 우호지분 18.83%로­ 넥슨 지분 15.08%에 앞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 17일 협약서에 공동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 17일 협약서에 공동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내 게임업계 1위인 넥슨과 2위인 엔씨소프트 간의 경영권 분쟁에 3위 업체인 넷마블게임즈가 가세했다. 두 회사는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분쟁과 관계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를 ‘백기사’로 영입한 모양새다. 이 업체 대표들 사이의 자존심 싸움도 더해져 국내 게임업계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넷마블, 엔씨소프트 3대 주주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사업 모색 및 전략적 제휴를 선언했다. 두 회사는 상호 지분 투자 및 사업 협력에 합의했으며 조만간 합자회사도 설립하기로 했다.

이번 제휴는 사실상 돈이 오가지 않는 주식 맞교환 형태로 이뤄졌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신주 9.80%를 약 3800억 원에 사들이면서 넷마블게임즈의 4대 주주가 됐다. 또 넷마블게임즈는 약 3900억 원을 투자해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8.93%를 주당 20만500원에 인수해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가 됐다.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엔씨소프트로서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매각하고 의결권이 있는 우호지분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절박함’이 이번 제휴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는 “넥슨과의 관계로 여러 걱정을 일으킨 것에 대해 죄송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넷마블게임즈는 굵직한 투자와 파트너십 제휴를 받는 글로벌 회사”라면서 “이번 제휴는 미래를 내다본 경영활동일 뿐 경영권 분쟁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 엔씨소프트, 넥슨 대신 넷마블


양측 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가 “엔씨소프트가 넥슨에 대항하기 위해 넷마블게임즈를 끌어들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2년 주식 취득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최대주주 넥슨이 지난달 21일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일단 이날 제휴로 현재 엔씨소프트의 지분은 넥슨이 15.08%, 김 대표 9.90%, 넷마블게임즈 8.93%, 국민연금 7.89%씩 나눠 갖게 됐다. 넷마블게임즈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김 대표의 우호 지분이 18.83%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여기서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행보를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이 1조6391억 원으로 엔씨소프트(8387억 원)와 넷마블게임즈(5756억 원)를 합쳐도 넘지 못하는 ‘공룡’ 기업이다. 한편 엔씨소프트에 경영 참여를 요구한 넥슨은 이날 양사의 제휴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넥슨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주당 1300만 원에 이르는 비싼 비용으로 10%에도 못 미치는 넷마블게임즈 지분을 인수한 것을 보면 경영권 방어에 급급했던 것 같다”면서 “주주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투자가 최대주주와의 소통 없이 이뤄졌다는 점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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