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서민 지갑… 신학기 겹쳤어도 설시즌 특수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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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체감경기 꽁꽁]
백화점 매출 9.5% 늘었지만 ‘소비 가늠자’ 패션은 평균 밑돌아
선물세트 구매량도 기대 못미쳐… “택배 포장업무, 예년과 달리 한산”

백화점에서 ‘중국인 특수’를 제외하면 국내 소비자가 겪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올해 설 연휴엔 대형마트의 택배 업무도 예년과 달리 분주하지 않았다.

○ 여전히 얼어붙은 국내 소비 심리

롯데백화점이 설 연휴를 앞둔 2월 3일부터 17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작년 설 연휴 직전의 같은 기간(1월 15∼29일)보다 9.5% 성장했다. 10% 가까이 매출이 늘기는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소비가 살아났다’고 보기 힘들다. 상품군별로 매출을 살펴보면 스포츠군이 41.9% 매출이 늘었다. 신학기를 앞두고 스포츠 브랜드들의 아동용 책가방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해외 고급 브랜드(20.9% 증가)와 주방식기(13.8% 증가)의 매출이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 윤달로 인해 감소했던 결혼 관련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효과다.

반면 백화점 내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커서 소비 회복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패션 부문은 남성(3.3%)과 여성(6.8%) 부문 모두 성장률이 평균을 밑돌았다. 신세계백화점도 2∼17일 전체 매출은 작년 설 연휴 직전 동기에 비해 6.4% 성장했지만 남성패션(―7.2%), 여성패션(―1.5%) 부문은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설 선물세트로 한정시켜 봐도 경기 회복이 시작됐다고 보기 힘들다.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6.4% 증가했다. 지난해 설 선물세트 신장률(12.2%)과 추석 선물세트 신장률(13.7%)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신장률이 작기 때문에 소비 심리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민층에서 소비 위축 더욱 극심


백화점보다 서민층의 이용이 많은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도 기대에 못 미쳤다. 설 선물세트의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5일부터 16일까지 이마트의 전체 매출액은 작년 설을 앞둔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1∼16일 매출액 역시 작년 설 연휴 전 동기에 비해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홈플러스는 5일부터 설날 다음 날인 20일까지 매출이 작년 설 연휴 전후 같은 기간에 비해 3.8% 감소했다.

올해 설날은 2월 중하순으로 늦어진 탓에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및 3월 신학기 수요와 맞물렸다. 세 가지 이벤트가 겹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명절 경기를 체감할 수 있는 선물세트 배송을 위한 택배량도 줄었다. 이마트 용산점 관계자는 “명절 연휴를 앞두고는 택배 포장을 위한 업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갔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수월하게’ 택배 업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물세트를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상품권을 구매하는 기업체 수가 줄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선물세트의 구매단가는 증가했지만 구매량은 줄었다”고 말했다. 설 선물을 사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구매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이번 설 연휴 때 만난 주부 조미주 씨(52)는 “소비를 늘릴 이유가 전혀 없지 않으냐. 쓸 돈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경제가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소비를 늘린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국민이 느끼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경제가 나아졌다’고 볼 만한 상황이 일어나야만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서민#지갑#신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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