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군사령관에 이어 군 내 기강을 담당하는 감찰실장(육군 소장)도 현역 여단장의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11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군들에게 성범죄 발생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감찰실장이 2일 여군 80여 명을 대상으로 가진 간담회에서 ‘너희들은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왜 몰랐느냐. 너희들끼리 얘기도 안 하고 지냈느냐’라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같은 자리에 있었던 부사단장은 “너희들 똑바로 하라”며 여군들을 죄인 취급했다고 군인권센터는 덧붙였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11사단 소속 남자 군인의 제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던 부대 여군들을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려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 소장은 “현재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육군 합동조사단이 조사를 끝낸 후 여단 내 여군 부사관들을 사단 사령부나 신병교육대로 전출 보낼 예정”이라며 “부대 전출은 명백한 차별이자 징벌적 성격을 띠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당시 감찰실장이 여군들에게 전반적인 군 생활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을 때 의견을 수렴하며 여단장의 성폭행 사건을 몰랐느냐고 물어본 것이지 질책하려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었다”며 “사고 부대 여군 전출도 11사단이 검토하고 있던 것을 합동조사단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부사단장의 ‘강압성’ 발언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부사단장은 간담회 때 감찰실장과 같이 있지 않았고 간담회 시작 전에 먼저 들어와 ‘군 생활 잘하라’고 말했을 뿐 ‘똑바로 하라’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육군 1군사령관은 지난달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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