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6일 위헌여부 결정
세태변화에 갈수록 힘 잃어가… “파탄상태면 불륜 손배책임 없어”
대법, 민사재판선 유연한 자세… 위헌 결정땐 형사보상금 청구 가능
존폐 논란이 계속된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5번째 판단을 한다. 위헌 결정이 나면 간통죄는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배우자가 간통을 저지르고 있다는 신고를 받아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할 법적 의무도 없어진다. 우리 사회의 부부, 혼인 관계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와 새로운 문화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 가족제도 보호 vs 사적 영역에 과도한 국가 개입
헌재는 간통죄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한 결정을 26일 오후 2시 결정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相姦)한 자도 같다”고 규정한, 1953년 제정된 형법 제241조 제1항이다.
그동안 간통죄를 놓고 “혼인과 가족제도의 보호 차원에서 공익성이 있고 취약한 기혼 여성에게는 하나의 방어막”이라는 존치론과 “간통죄 폐지는 전 세계적 추세며 사인 영역에 국가 형벌권을 과도하게 작동하는 꼴이다”라는 폐지론이 팽팽히 맞섰다.
간통죄는 그간 네 차례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1990년엔 6 대 3, 2001년엔 8 대 1로 합헌 의견이 압도적이었으나 2008년에는 위헌과 헌법 불합치 의견(5명)이 합헌 의견(4명)보다 많았다.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1명이 부족해 아슬아슬하게 합헌이 유지됐다. 간통죄는 한국과 대만, 일부 이슬람 국가 정도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이 계속되는 사이 간통죄는 현실적으로는 그 적용 대상과 폭이 크게 줄었다. 법무법인 지우의 이현곤 변호사는 “간통죄 존폐 논란이 일면서 검찰에서도 간통죄로 기소할 때는 엄격한 증거가 있는 경우로 한정해왔고 법원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해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오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간통이나 불륜의 민사책임과 관련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실질적 혼인관계가 파탄 난 상태에서 저지른 배우자의 불륜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놓고 법원에서는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파탄 난 경우에 벌어진 간통 사건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이 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 경찰 간통 현장 출동 사라질 듯
간통죄가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급격한 사법적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기적인 사회적 진통은 불가피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혼인 관계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거 간통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해 구금된 기간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종전 합헌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재심 청구가 가능한 대상자는 2008년 10월 30일 이후 처벌받은 수천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 고소가 불가능해지는 대신에 위자료 청구 등 민사 가사 소송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신고에 따라 빈번하게 이뤄지던 경찰관 출동도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그동안 “배우자가 모텔에서 간통을 저지르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모텔 주인에게 협조를 받고 배우자가 객실로 들어갈 때 입회해 증거물 수집과 유전자 감식 등을 해왔다.
일각에선 불륜이 늘 거라는 우려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법률이 사람들의 법의식을 선도하는 측면도 있다”며 “간통이 더이상 범죄가 아니라는 입법적 결정이 이뤄지면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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