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사회를 바꾼다]
수영-육상 등 종목 선수 정식 채용 프로그램… 亞경기 배영 100m 1위, 의료기기 업체 다녀
경제대국 일본은 스포츠 정책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 은메달 5개, 동메달 8개를 따내며 미국과 소련에 이어 세계 3위를 한 뒤 일본은 사회체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덕분에 일본은 전국에 사회인 야구 동아리가 4000개가 넘을 정도로 사회체육 강국이 됐다.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는 뒷걸음질쳤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4위를 한 한국에 밀려 14위를 한 뒤 계속 뒤처졌다.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1990년대 말 사회체육을 관장하는 일본체육협회에서 일본올림픽위원회(JOC)를 분리시켜 엘리트 선수 키우기에 나섰다. 올림픽 금메달 15개 획득이란 ‘골드플랜’을 내걸고 엘리트 선수만을 위한 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와 훈련소를 만들었다. 한국의 과거 체육과학연구원(현 한국스포츠개발원)과 서울 태릉선수촌을 본뜬 것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을 9위로 밀어내고 5위를 차지해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되찾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가 통합해 사회체육을 강화하는 기조를 갖췄지만 엘리트 스포츠를 등한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식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스포츠행정)는 “일본이 생활체육을 버리고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한 게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넓어진 저변에서 올라온 엘리트 선수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강화했을 뿐이다.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하고 생활체육 발전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체육회와 국체회가 통합되면서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을 동시에 발전시킬 여건은 됐다. 지금부터 저변을 늘리면서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JOC는 최근 대기업과 손잡고 선수를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선수 시절부터 채용해 은퇴 뒤에도 정식 직원으로 일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육상과 수영 등 비인기 종목이 많다.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배영 100m에서 우승한 이리에 료스케(24)는 의료기기 회사인 다이니치산쿄의 직원이다. 인천에서 수영 3관왕에 올라 ‘아시아의 물개’로 떠오른 하기노 고스케(21)도 도요(東洋)대를 졸업하면 기업에 입사한다. 국내에서도 과거 공기업과 은행이 비인기 종목을 의무적으로 키우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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