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의 한 대학원에 입학한 이모 씨는 600만 원에 육박하는 1학기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내려다 거부당했다. 학교 측은 “등록금은 원래 신용카드로 안 받는다. 돈이 모자라면 현금으로 나눠 내라”고 안내했다. 이 씨는 “음료수 하나를 사도 카드 결제가 되는 마당에 거액의 등록금은 무조건 안 된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분할 납부는 번거로운 데다 정액제 주차권 신청도 안 되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생 자녀 두 명을 둔 김연중 씨는 장남의 등록금은 2년째 신용카드로 냈지만 올해 입학한 둘째 등록금은 현금으로 내야 했다. 김 씨는 “연말정산, 무이자할부, 카드 포인트 혜택 등을 고려해 생활비 대부분을 신용카드로 쓴다”며 “기준을 누가 정하길래 어떤 대학은 되고 어떤 대학은 안 되느냐”고 의아해했다.
교육부가 대학 등록금 납부 방법을 개선한다며 지난해 등록금의 분할 납부와 신용카드 납부를 활성화하겠다고 했지만 올해도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받는 대학은 많지 않다. 2일 교육부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국 대학 가운데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받는 대학은 지난해 34.7%였고, 올 1학기는 38.8%로 추산된다. 신용카드를 받더라도 농협 같은 한두 개 특정사의 카드만 허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들은 올해부터 학기당 네 차례로 늘어난 분할 납부를 최대한 허용하더라도 카드보다는 현금으로 등록금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학들이 부담하는 가맹점 수수료 때문이다. 수수료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1.37%. 대학과 카드사의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학생 수가 적은 대학은 2.5%를 넘는 곳도 있다.
등록금 카드 결제 거부를 대학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인 지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재학생 1만5000명의 중대형 대학을 기준으로 학생의 30%가 카드로 등록금을 낼 경우 연간 수수료는 5억∼6억 원 정도가 된다. 카드를 받지 않는 서울 A대 관계자는 “수수료 규모가 커지면 현금으로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에게까지 등록금 인상 요인이 생긴다”면서 “카드사 배만 불리지 않으려면 수수료율을 낮추거나 대학, 카드 납부자, 카드업계가 수수료를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등록금 부담 경감 정책의 일환으로 등록금의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이 등록금의 수수료율을 1% 미만으로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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