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발의부터 통과까지 2년 반이나 걸린 만큼 공무원 사회는 표면적으로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법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 “기준이 모호하다”며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 A 씨는 3일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이미 여러 규제를 받고 있어 김영란법 통과로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석될지는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 B 씨는 “예를 들어 오래된 친구나 지인과 여러 차례 식사 자리를 함께했는데, 누군가 악의적으로 신고를 하면 자칫 검찰에 소환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기업체 등에서 식사 자리를 제안하면 어렵게 거절했는데 이제는 단칼에 자를 수 있어 홀가분해졌다” “각자 식사비를 계산하는 미국처럼 당장은 어색해도 한국도 그런 문화가 퍼져 나갈 것이다” 등 긍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처럼 공무원 신분이 아닌데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 교육계와 언론계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김영란법 제정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교육계가 마치 부정의 온상인 듯 비쳐 교원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며 “사립학교 교원은 교육이라는 공적 영역을 담당하지만 법적으로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 요소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도 “언론계 자체적으로 기자윤리강령을 강화하거나 언론 관계 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맞다”며 “신문사와 방송국은 보도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인데, 다른 산업은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언론 산업만 포함시킨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권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법리 검토 없이 법을 통과시킨 것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이 김영란법을 빌미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을 경계하며, 사법당국이 자의적인 법 적용으로 정당한 취재와 보도활동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한국사회에 뿌리박힌 부패 척결의 제도적 시작”이라며 공식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적용 및 처벌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는 점은 명확성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 김영란법이 언론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악용돼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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