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가 청중석을 보며 이같이 묻자 앉아 있던 탈북 여성 50여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탈북 여성 인권 관련 활동을 하는 뉴코리아여성연합은 이날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북한 여성의 인권 실상을 알리고 인권 개선 및 그 가해자 처벌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탈북 여성 송경옥(28), 김은미(33), 안혜경 씨(39)가 나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인권 침해 사례를 생생히 증언했다. 이 단체에서 탈북 여성의 사례를 모아 실태를 알린 적은 있지만, 당사자들이 회견장에 직접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씨는 어릴 때부터 꽃제비 생활을 했다. 부모가 아이들이 배를 곯지 않게 해 달라고 밤마다 기도를 했는데, 북한 당국이 이를 이유로 정치범으로 몰아 잡아갔기 때문이었다. 졸지에 부모를 잃은 송 씨는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생활을 시작했다. 먹을 게 없어 개똥이나 거름을 뒤져 그 속에 든 옥수수 알을 씻어 먹기도 했다. 독이 든 풀을 먹고 온몸이 부어 앓아누운 적도 있다. 송 씨는 ‘죽을 때 죽더라도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4년 탈북했고, 건강이 쇠약해진 상태로 2008년 한국에 왔다.
2006년 탈북한 김 씨는 브로커를 잘못 만나 중국에서 수차례 인신매매를 당했다. 밤에 줄행랑을 쳤다가 붙잡혀 남성 3명에게 빗자루와 장작개비 등으로 밤새 얻어맞았다. 아파서 소리 지르자 그들은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이들은 김 씨가 죽은 줄 알고 헌 이불로 둘둘 말아 놓은 상태였다. 온몸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안 씨는 북한 제567군부대 간호중대 사관장 출신으로, 2006년 탈북해 2010년 한국에 왔다. 그는 북한에서 군복무를 하며 목격한 여군 인권 유린 실태를 증언했다. 여군들은 입당하기 위해 상관에게 성 상납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상관들이 “성 상납을 하지 않으면 입당 안 시켜 준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 노예’가 되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근무환경이 열악해 생리 주기가 일정치 않고 성교육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배가 부른 뒤에야 임신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 씨는 이런 실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대표는 “이달 중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각국 주한대사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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