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위헌 결정이 난 날에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나온 강수연의 대사를 떠올려 봅니다. ‘나라가 왜 내 아랫도리를 간섭하냐고!’”
@oton*****의 트윗은 순식간에 퍼졌다. 1998년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가 개봉한 지 근 20년 만에 주인공의 대사는 헌법재판소의 7 대 2 결정으로 현실이 됐다. “간통죄 폐지로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재치 넘치는 트윗도 여러 명에 의해 생산돼 유통됐다.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진 2월 26일 하루 동안에만 간통죄를 언급한 트위터, 블로그, 뉴스 문서는 2만5849건이 검색됐다. 지난 일주일 동안(2월 25일∼3월 4일)의 언급량은 3만9123건이었다. ‘간통죄’ 키워드가 들어간 문서 수만 집계한 것이므로 실제로 관련 이야기는 더 많았을 것이다.
간통죄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폐지’였다. 1만1147건이 언급됐다. 2위는 9939건을 기록한 ‘헌법재판소(헌재)’가 차지했다. 통진당 해산에 이어 헌재가 다시 뉴스의 전면에 나선 것.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국회의 일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사실 국회가 헌재 결정 이전에 입법적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는 다소 반성적 태도를 밝히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국회가 보신주의로 일관하면서 주요 쟁점 법안의 처리가 헌재로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위는 9385건의 ‘위헌’이, 4위는 4301건의 ‘처벌’이, 5위는 3842건의 ‘이혼’이 차지했다. 형사처벌 조항이 사라졌을 때 이혼율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6위는 3715건의 ‘위자료’가 차지했는데 형사처벌이 사라질 때 위자료가 많아질지 줄어들지에 대한 논란이 꽤 뜨거웠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간통죄 폐지 좋아하는 분들, 창피한 체포와 구속, 형사처벌은 면할지 몰라도 ‘이혼 귀책사유’로 재산 분할과 위자료, 양육비 등 ‘경제적 처벌’ 각오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시길. 암튼 간통죄 유무와 상관없이, 결혼했으면 배우자에게 충실, 충성합시다”라는 글을 올려 800회 가까운 리트윗을 기록했다.
간통죄가 폐지돼 흥신소나 사립탐정이 성행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엄경천 변호사는 “간통죄가 위헌 결정으로 없어졌다고 해서 흥신소가 웃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종전 흥신소에 일주일에 수백만 원을 주고 간통 뒷조사를 맡겼던 이유는 투자 대비 수익이 크다는 경제논리가 작용했다”고 반박했다. 즉, 형사처벌이 있어야 합의금을 많이 받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7위는 헌재가 위헌 결정의 근거로 내세운 ‘성적 자기결정권’(3560건)이 올랐고, ‘형사’, ‘불륜’, ‘바람’이 그 뒤를 이었다.
간통죄와 함께 언급된 긍정어 부정어 분포를 보면 부정어 분포가 54%로 21%의 긍정어 분포보다 많았다.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헌재가 잘못 결정했다는 의견이 잘했다는 의견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간통죄 폐지에 대해 오랜만에 여야가 한목소리로 환영 논평을 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거나 희화화하는 사례가 많았다. 가령 간통죄 폐지 발표 이후 콘돔 회사 주가가 폭등했다거나 불륜 관련 상품, 즉 등산용품 등이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는 소문들이 많이 퍼져나간 것이다.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해 상품 연관어 압도적 1위를 1417건의 ‘콘돔’이 차지했고 ‘등산용품’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park*****은 “콘돔 제조 회사 주가 폭등, 기혼자들의 등산 모임이 활성화돼 등산용품 주가 상승 예상. 두 집 살림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 건설주가 상승 예상. 은밀한 여행객이 늘 수 있다며 여행주도 상승 기대, ㅋ 간통법 폐지가 나라 경제를 살리겠구나??”라는 트윗으로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간통죄 폐지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thez****은 “진짜 생각보다 ‘간통죄 폐지’를 ‘간통 자유화’로 해석하고 ‘문란한 사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간통죄가 있어서 사회가 ×나 순결했냐?”라고 질타했다. 단지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즉, 법률 때문에 간통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도덕심을 강조하는 사회의 관습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소설가 고종석 씨의 트윗도 관심을 끌었다.
“혼외정사를 하는 사람이 죄의식을 느낀다면, 간통이 범죄(crime)여서 그랬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간통이 배우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죄(sin)라는 사회통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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