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 씨(55)의 자택 겸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물품 중 이적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책과 문건 30점을 전문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여기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쓴 ‘영화예술론’ 등 북한에서 발간된 자료 6점이 포함됐다.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결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가 발간한 ‘민족의 진로’와 주체사상 학습자료인 ‘정치사상 강좌’ 유인물도 포함돼 있다.
경찰이 이적성 판단을 의뢰한 전문감정기관은 대학소속 연구기관 등으로, 주로 북한 관련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수사본부는 분석을 의뢰한 30점에 대해 자체 분석도 진행하고, 이적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로 전문감정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다. 북한에서 발간된 서적 등 이적표현물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 경찰은 김 씨의 문건 입수 경위를 캐고 있다. 김 씨는 해당 문건을 방북 당시 가져온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설령 해당 문건이 이적성이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이번 범행과의 연관성이 있는지 입증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가보안법 제7조에 따른 이적 표현물을 소지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의로 이적 행위를 하고, 이적 목적성이 있다고 진술을 통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번 범행과 북한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한편, 범행을 혼자 계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6일 수사당국이 북한과의 연관성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듣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북한 체제에 동조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전혀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김 씨는 경찰에 “지난달 17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초청장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행사에 참석할 생각을 했다. 흉기를 갖고 가야겠다는 생각은 (범행) 당일 아침에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13일 이전에 사건 조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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