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종종 올라오는 누리꾼들의 푸념이다. ‘2인1닭’은 두 사람이 닭 한 마리를 먹는다는 뜻의 신조어다.
많은 사람들은 “예전에는 안 그랬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김 모 씨(51)는 “외지에서 중고등학교 다닐 때 주말에 집에 가면 어머니가 닭을 삶아주셨다”며 “1마리로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었고, 혼자서는 주말 내내 먹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닭 크기는 왜 이렇게 작아진 걸까. 동아일보의 취재 결과 시판용 닭이 작아진 것은 종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닭 판매 업체들이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면서 매출을 극대화하려다보니 닭을 덜 키워 잡기 때문이었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닭 1마리를 통째로 먹고 싶어 하는데, 1마리를 소비자가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는 가격에 내놓으려면 출하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통닭용 등으로 쓰이는 육계(肉鷄) 종자는 국가별 차이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나라는 글로벌 축산업체들로부터 닭 종자를 수입한다. 다만 국가별로 소비자들의 닭고기 소비 패턴과 관련 업계의 사정이 다르다보니 출하 시기와 그에 따른 닭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미국과 브라질 같은 나라의 소비자들은 닭 가슴살 부위를 많이 먹는다. 그래서 보통 닭이 2.5~2.9kg이 될 때(부화 후 40~43일)까지 키워서 잡는다.
반면 한국 소비자들은 닭은 한 마리를 통째로 먹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9년에는 “닭 조각을 맞춰봤는데 한 마리가 안 된다”며 치킨집에서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잡혀간 사람까지 있었다. 양계업체와 닭고기 체인업체 관계자들은 “닭 사육비용과 소비자들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선 부화 후 29~33일이 지난 1.5㎏짜리 닭이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 출하되는 닭이 작다 보니 생기는 또 다른 이슈가 있다. 바로 날개나 다리 등의 ‘부분육’ 가격이 국제시세에 따라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닭고기 부분육의 가격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에서 사먹는 부분육(‘윙봉세트’)은 해외에서 AI가 발생해도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닭고기 체인업체들이 파는 부분육은 대부분 국내의 일부 농가에서 생산하는 2.4㎏ 무게의 준대형 닭으로 만든다.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작아 생산량이 많지 않다.
반면 닭강정 제조나 식당용으로 쓰이는 부분육은 수입산이 많아 가격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2013년 국내 육계 소비량은 58만t(국민 1인당 11.55㎏)이었는데, 그 중 21.5%를 차지하는 수입 닭고기는 거의 부분육이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닭을 크게 키우면 사육 마릿수가 줄어 고기 무게당 사육비와 도축비용 등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게다가 큰 닭은 맛도 좋다. 강보석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과 연구관은 “40~43일 키운 대형육계는 이노신산과 글루타민산 등 물질의 함량이 최적의 상태가 돼 육질이 쫄깃하고 맛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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