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건설사가 해외 건설·플랜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정부가 6000억 원을 시범 지원한다. 기술력과 시공 능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 해외 진출에 고전하는 기업의 활로를 틔워 ‘제2의 중동 건설 붐’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은 1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제1차 해외건설·플랜트 수주지원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지원책의 특징은 민간 금융회사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중소·중견 기업이 해외 사업을 수주할 때 필요한 자금을 간접 대출해주는 ‘해외 온렌딩(on-lending)’ 제도를 도입한다. 온렌딩 제도는 정부가 수출입은행 정책자금을 은행에 대출자금으로 빌려주면 은행은 심사를 통해 해당 자금을 기업에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수출입은행이 신용위험을 분담하는 대신 민간금융은 대출금리 상한을 설정해 저리로 자금을 대출해주게 된다. 시범사업 규모는 5000억 원 선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자금과 민간 금융회사의 지점망을 기업의 경쟁력과 결합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에 시중은행 한 곳과 지방은행 1∼2곳, 저축은행 1∼2곳이 참여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공동보증제도도 도입한다. 중소·중견 기업이 수익성이 양호한 해외사업(해외건설협회 기준 B등급 이상)에 참가할 경우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건설공제조합, 서울보증보험 등 5개 기관이 함께 보증을 서는 제도다. 해당 기업의 주거래은행은 이행보증서를 발급한다. 보증 규모 1000억 원 이내에서 시범 운영한 뒤 성과와 기업 수요에 맞춰 지원액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액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660억 달러였지만 중동지역이 절반에 육박한 데다 플랜트에 편중돼 있어 시장상황 변동에 취약하고 수익성의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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