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단독주택용지 청약 2637대1… 돈 몰린 부동산시장만 ‘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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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장롱경제’]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 못찾아… 민간 중소형 아파트 분양 호조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도 인기… 전문가 “자금유입 지속은 불투명”

경제 전반에 돈이 돌지 않는 가운데 유독 부동산시장으로 일부 유동자금이 모이고 있다. 급등하는 전세금에 지친 세입자들이 집을 사기 시작한 데다 투자수요까지 몰리는 분위기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는 건 전체 경제에 긍정적 신호지만 기업의 투자나 가계 소비 등 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지 못하는 상황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가계대출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소비 위축을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10일 마감한 제주 삼화지구 미분양 단독주택용지 청약에 2만1000여 명이 몰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평균경쟁률이 2637 대 1로 치솟아 LH의 국내 토지 분양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LH 관계자는 “제주도 땅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데다 임대소득을 올리려는 은퇴자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청약제도 개편,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규제가 완화되는 상황에서 실수요자와 투자수요자가 함께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민간건설사가 분양한 전용면적 85m² 이하 중소형 26개 단지 가운데 17개 단지가 순위 내 마감됐고 이 중 9개 단지는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썼던 경기 김포시에서조차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기가 다소 주춤하던 오피스텔도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은 172실 모집에 7만2639명이 몰려 평균 42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위례신도시 ‘위례 자이’(138.9 대 1)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문의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안정적인 임대 수입과 매각 차익을 동시에 낼 수 있기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는 리츠와 부동산펀드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의 인기도 부동산 투자 열기를 보여준다.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기업고객이 많지만 이 열기는 개인투자자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리츠의 국내 자산 규모는 2005년 1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5조 원으로 급증했다. 부동산펀드 설정액도 2005년 말 2조5609억 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29조6098억 원으로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자금이 계속 유입돼 지난달 말 현재 31조 원을 넘어섰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리츠, 부동산펀드는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높은 알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해 연평균 8% 이상의 높은 수익을 얻어 은퇴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앞으로도 계속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지는 불투명하다. 주택 거래가 회복되는 등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본격적인 가격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시장, 재개발·재건축, 공공택지 모두 전망이 호전되고 있다”면서도 “분양 물량이 급증하다보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수 있고, 아직 호황기만큼 투자수요가 붙지 않아 주택가격 상승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제주#단독주택용지#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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