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총무회장을 맡고 있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76)는 자민당을 움직이는 3역(간사장 정무조사회장 총무회장) 중 한 사람이다. 11선 의원으로 당내 최대 파벌인 ‘니카이파’ 수장이기도 한 그는 일본 내에서 여야를 뛰어넘어 존경받는 정치 원로로 꼽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방일 기간(9∼10일)에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해 쓴소리를 던진 것과 관련해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애써 무관심하거나 언짢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니카이 총무회장은 총리가 떠난 다음 날인 11일 도쿄(東京) 시내에서 열린 강연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제대로 하라’고 말했다”며 “모든 기관과 협력해 하루빨리 정상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가 던진 메시지를 이어야 한다고 발언한 첫 정치인인 셈이다. 그는 현재 자민당 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이견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도 통한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자민당 본부에서 그와 단독으로 만났다. 10여 일 전(지난달 12∼15일) 그가 일본전국여행업협회 회장 자격으로 일본 관광업계 인사 1400여 명을 이끌고 방한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책임”이라고 거듭 말했다.
―방한 기간에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살아있을 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들었다.
“평균 연령 88세인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문제를 해결하자는 대통령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맞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위안부 문제가 끝났다고 하고 한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런 대립 때문에 지금까지 정상회담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박 대통령 말씀처럼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 계실 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우리 세대가 문제를 해결해야지 다음 세대에 짐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해법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일본 정가에서는 집권 자민당의 현역 핵심 간부가 “위안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일본 정부, 나아가 아베 총리를 향한 ‘무언(無言)의 압력’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평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말해왔는데….
“이렇게 한일 관계가 충돌해서는 일본 한국 둘 다 얻는 게 없다. 정치가는 서로 결단할 것은 결단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언급하며 “산케이신문이 1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병기 전 주일 대사가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대통령이 주일 대사였던 인물을 관방장관(한국의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일본에 하나의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현 주일 대사(유흥수 대사)도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는데 일본은 그런 인물들을 요직에 임명하는 한국을 보며 적극적으로 한국과의 외교를 전개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일의대수(一衣帶水·냇물 하나를 사이에 둔 가까운 이웃)’라는 말로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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