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사진)가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사실상 사정기관들의 전방위 수사를 촉구했다. ‘부패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운 대대적인 사정(司正) 드라이브를 통해 지지부진한 집권 중반기 현 정부의 국정추진 동력을 살려보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초 대규모 인사를 끝내고 전열을 정비해온 검찰은 각종 범죄 첩보를 모아 선별하고 있으며 내주부터 기업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재계엔 대규모 ‘사정한파’가 불어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가 수사 대상으로 거론한 △방위사업비리 △해외자원개발 배임 의혹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은 이미 내사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모두 ‘이명박(MB) 정부’를 겨냥한 수사로 풀이되는 게 공통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그룹과 관련된 각종 첩보를 모아 내사에 착수했다.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등 해외에서 1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 성진지오텍과 인수합병한 포스코플랜텍의 고가·특혜 인수 의혹, 지난해 국세청이 탈세 혐의 등으로 고발한 포스코P&S 사건 등 3건 이상 내사를 진행 중이며 다른 부서에 배당됐던 포스코 관련 첩보도 특수2부로 넘겼다. 여기엔 ‘전 정권 실세의 개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정·관계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지난주 형사6부와 조사1부에 흩어져 있던 자원외교 관련 각종 고발 사건을 모두 재배당받아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감사원이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고발한 사건과 한국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의 전·현직 사장 6명과 이명박 전 대통령, 최경환 경제부총리(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고발된 사건 등 대상이 모두 MB 정부 인사들이다. 검찰은 “수사할 만한 게 있는지 찾아보는 수준”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역할을 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투입된 만큼 권력형 부패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출범 후 100일 동안 예비역 장성 5명을 포함해 23명을 기소했고, 거물급 무기중개상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을 체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또한 주요 수사 대상이 MB 정부 인사들이다. 실제 통영함 비리 관련자들과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등 구속자 대부분이 전 정부의 군이나 방위사업청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합수단은 “부패사범의 공소시효가 5∼7년임을 감안하면 수사 대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6일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대기업들의 부정부패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한 처벌을 강조해 앞으로 대기업 수사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가 기업비리 수사에 주력하면서, 다음 주 특정 사건의 고발을 요청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고발요청권도 행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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