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말레이시아와 인도에서는 문화적 차이와 현지 사정에 대한 몰이해로 한류가 역풍을 맞는 일이 잇달아 벌어졌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그룹 빅뱅 멤버 태양의 솔로 월드투어 콘서트는 개최를 앞두고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라”는 말레이시아 현지 무슬림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았다.
발단은 1월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이돌 그룹 B1A4 팬미팅 이후 벌어진 ‘무슬림 모욕’ 논란이다. 당시 B1A4 측은 그룹 멤버들이 무슬림 소녀 팬을 무대로 초대해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등 ‘한국 드라마 따라 하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이슬람 전통에 어긋난다” “소녀들을 모욕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공연히 음란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주최 측과 해당 소녀 팬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당시 현지에선 “케이팝 스타 중에는 기독교 신자가 많고 교회에서 처음 노래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케이팝은 종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태양의 콘서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주최 측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태양과 댄서들이 적절한 의상을 착용하고 팬 이벤트 내용도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콘서트에서 태양은 옆구리가 드러나는 민소매 티셔츠를 몸통을 다 가리는 티셔츠로 바꿔 입는 등 노출을 줄였다. 팬을 무대로 초대하는 순서에서는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두건)을 쓰지 않은 소녀 팬이 초대됐다.
4월 방영 예정인 KBS 예능 프로그램 ‘두근두근 인도’도 촬영 도중 인도 현지 팬들과 갈등을 빚었다. 슈퍼주니어의 규현, 샤이니 민호, 엑소 수호 등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가 출연하는 이 프로는 인도 현지에서 이들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내용을 담는다. 이들의 활동을 담은 KBS 2TV 아침뉴스에서는 인도를 ‘케이팝의 불모지’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인도 공항에 아이돌 가수들을 환영하기 위해 현지 팬들이 몰려들자 프로그램 제작진은 이들에게 “멤버들을 아는 척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팬들이 환영하는 모습을 담으면 케이팝 불모지를 간다는 기획 취지가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인도 팬들은 “공항에서 밤새 기다렸지만 헛수고였다. 제작진이 뭘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도를 ‘문화 불모지’로 그리고 싶은 것이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해외 일부에선 케이팝 영향력이 커진 것에 대한 반발심리도 분명 존재한다”며 “지금까지는 케이팝이 새롭고 신기해서 소비돼 왔지만 앞으로는 현지인에게 맞는 수준 높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 교류의 차원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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