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단숨에 4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6개월 만에 2,030 선에 바짝 다가섰다. 유럽, 중국 등 세계 각국이 ‘돈 풀기’에 나서 글로벌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 완화가 맞물려 증시가 깜짝 상승한 것이다. 중국의 상하이 증시도 6년 10개월 만에 3,500 선을 돌파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현실로 나타나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한국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금리 1%대의 힘”
1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무려 42.58포인트(2.14%) 급등한 2,029.91로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하루 상승률과 지수에서 최고 성적인 동시에 지난해 9월 26일(2,031.64)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1264조 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12일에 코스피는 미국 달러 강세의 영향과 선물, 옵션 동시 만기일 등이 겹쳐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금리 인하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달러 강세도 주춤해지면서 주식시장이 상승 엔진을 단 모습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5000여억 원어치를 대거 사들인 데다 기관투자가도 14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서 9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경기 부양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건설 증권 은행 등 이른바 ‘금리 인하 트로이카주(株)’가 3∼5%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1년 4개월여 만에 장중 150만 원을 뚫었으며 현대·기아자동차 등도 3% 안팎 오르는 등 수출 대형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김재홍 신영증권 자산전략팀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외국인들이 평가하는 한국 경제의 불안 요소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유럽의 양적완화가 시행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늘고 있는 데다 금리 인하로 국내 투자자금도 증시로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 금리 불확실성 해소돼야 박스권 돌파”
여기다 1분기(1∼3월) 실적 시즌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는 점도 투자심리를 호전시키고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50∼60원 상승했고 유가 하락에 따른 마진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3년 넘게 이어온 답답한 박스권을 뚫기엔 아직 힘이 달린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증시가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와 환율 움직임 등 외부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날도 간밤에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된 점이 국내 증시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탰다.
시장의 관심은 17, 18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전에 인내심을 발휘하겠다’는 표현을 삭제할지에 쏠려 있다. ‘인내심’이라는 표현이 사라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머잖아 금리 인상에 착수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까지는 인상한다, 하지 않는다는 전망에 따라 국내 증시도 오르내릴 것”이라며 “이런 점이 해소되는 3분기(7∼9월)가 돼야 국내 증시도 박스권을 뚫고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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