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제 회동한 청와대 3자 회담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국정 현안을 놓고 예정보다 길어진 110분여 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회담이 끝난 뒤 김 대표와 문 대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시간 동안 따로 만나 내용을 조율하고 언론발표문을 내놓은 것도 과거 영수회담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가 “합의된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하자, 문 대표는 “합의한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대타협기구에서의 합의와 공무원단체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지지부진하던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물꼬를 튼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야당이 ‘합의’와 ‘동의’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게 되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무산될 수도 있다.
문 대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법안 거운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서비스산업의 분류에서 보건 의료를 제외하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 대표가 서비스산업의 핵심인 보건 의료에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면 향후 보건 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보건 의료가 빠진 경제 활성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이날 문 대표에게 “대통령으로서 경제를 한번 살려 볼 테니까 경제 법안을 국회가 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국민을 위해서 하고 싶은 걸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며 경제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어제 회담은 경제 문제와 관련해 원론적 합의만 도출해 냈을 뿐 향후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여야 간에 적극적인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앞으로 3자 회동을 추가로 갖기로 합의했다. 국민은 국정의 핵심 파트너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회동을 이어가다 보면 불신의 벽을 낮추고 꽉 막힌 국정을 대화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를 맞아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청와대와 내각을 일부 바꾸면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고,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부패 척결에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20%대까지 추락했던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40%대로 상승했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를 비롯해 국정의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 대표는 ‘유능한 경제 정당’을 강조하는 등 새정치연합의 이미지를 ‘민생 중시’로 바꾸기 위해 나서고 있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중도 실용 포석’으로 보인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정부 여당에 협조할 때는 협조해야 한다. 여야 상생의 정치만이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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