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얼마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된 나경원 의원을 16일 예방한 자리에서 “미인이시다”고 말해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도 미인에게 관심이 많고 미인이 인기가 많다”는 말을 덧붙였다. 서시 양귀비로부터 장청에 이르기까지 미인이라면 정신을 못 차린 중국 정치인 얘기를 잘 알기에 그가 우리 국회의 외교 수장에게 던진 찬사가 때와 장소를 가린 절제된 말인지 의문이 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가 만찬장에서 날씨가 서늘해지자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어깨에 손수 담요를 둘러주어 구설에 올랐다. 이 장면은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를 통해 생중계됐으나 이후 중국 당국의 검열로 인터넷 포털에서 삭제됐다. 중국인에게는 그 얼마 전 부인과 이혼한 푸틴 대통령이 미녀 가수 출신의 펑 여사에게 수작을 거는 것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애슈턴 카터 신임 국방장관 취임 선서식에서 카터 장관의 부인 스테퍼니 씨의 어깨를 30초가량 주무르며 귓속말을 했다. 카터 장관이 연설 도중 몇 차례 아름다운 부인이 있는 쪽을 돌아봤지만 바이든 부통령의 스킨십은 멈출 줄 몰랐다. 바이든 부통령은 그저 친숙함의 표현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그 장면을 TV로 본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에티켓은 미묘한 데가 있다. 미묘하니까 규칙이 아니라 에티켓이다. 한마디로 결례다 아니다 말하기 어려운 게 많다. 그러나 결례인지 아닌지 논란이 되면 그것으로 에티켓은 실패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중국보다 못한 나라지만 그렇다고 일로 여성을 만날 때 미인인지 아닌지로 인사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미인’이 여성을 향한 찬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찬사는 여성을 미모로 우선 판단한다는 느낌을 준다. 에티켓은 모자라도 안 되지만 지나쳐도 안 된다. 과공(過恭)이 비례(非禮)이듯 과찬(過讚)도 비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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