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대현 교수 “리퍼트 얼굴-허벅지 등 6곳 상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수술 맡았던 유대현 교수
목 부분으로 갈수록 깊은 상처… 이중턱이라 얼굴만 다친듯 보여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수술을 집도한 유대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수술을 집도한 유대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자작극이라고요? 깊이 3cm 상처를 직접 보면 그런 말 못하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안면부 수술을 집도한 유대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53)는 17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자작극’ 주장을 단호하게 일축했다.

○ 허벅지까지 상처 6곳…“살해 의도 충분”


이날 오후 2시 연세대 의과대학 사무실에서 만난 유 교수는 사건 당시 리퍼트 대사가 입은 상처는 총 6곳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수술 부위 2곳만 공식적으로 발표됐지만, 손가락 끝부분과 허벅지에 난 상처 등 총 6곳을 다쳤다”고 말했다. 다만 대사관 측과 협의해 수술 부위 외에는 밝히지 않기로 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허벅지에 난 상처는 길이 12cm에 깊이 1mm 정도였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의 의자나 탁자 모서리는 둥근 형태였고, 리퍼트 대사는 피습 직후 넘어진 적이 없다. 김기종 씨(구속)에 의해 발생한 상처일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유 교수는 “김 씨 소행 여부는 법의학자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찰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퍼트 대사의 공식 상처 부위는 정확하게 ‘얼굴과 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중턱 구조라 얼굴만 다친 것으로 보인 것이지, 실제로는 턱 아래 목 부분까지 다쳤다는 것. 특히 상처가 목 부분으로 갈수록 깊어진다며 “김 씨가 목을 노리고 칼을 내리쳤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수술 당일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수술을 마친 뒤 회복실에서 리퍼트 대사가 말을 시작하자 의료진은 미국 출신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을 찾아 통역을 부탁했다. 다소 웅얼거리는 듯한 리퍼트 대사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던 인 소장은 “대사님이 한국말 하시네요. ‘괜찮아요’라고요”라며 웃었다. 유 교수는 “미국대사가 의식을 찾고 첫마디로 한국어로 ‘괜찮아요’라고 말하다니,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대 이어 ‘박 대통령’과 인연

유 교수는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 1호인 유재덕 전 세브란스병원장의 아들이다. 유 전 원장은 미국에서 성형외과를 전공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전국을 돌며 무료 ‘언청이(구순구개열)’ 수술을 해줬다. 이를 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은 일 하는데 필요한 것 없느냐”고 하자 유 전 원장은 “이동용 수술버스를 달라”고 해 기증받은 인연도 있다. 유 교수는 “그 인연 덕분인지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도 2006년 유세 도중 얼굴에 입은 상처를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았고, 내가 이틀 동안 주치의를 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한국에 성형외과가 들어올 때는 ‘언청이’ 같은 안면장애를 치료하는 게 목적이었다”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동료 성형외과 의사들과 의료봉사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베트남으로 의료봉사활동을 가느라 10일 리퍼트 대사 퇴원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유 교수는 14일 귀국하자마자 미국대사관저를 방문해 리퍼트 대사를 진료했다. 리퍼트 대사가 큰 문제없이 회복 중이라고 전한 유 교수는 “소탈하고 타인을 진심으로 배려할 줄 아는 ‘동네 아저씨’의 태도를 한국인들도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유대현#리퍼트#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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