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거래가 확연히 늘고 있지만 올해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반값 부동산 중개보수안’ 개편은 줄줄이 늦춰지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의 눈치를 보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조례 개정을 미루고 있어서다. 중개보수가 내리길 기다리며 거래 시기를 뒤로 미루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회복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중개보수 개정 조례안을 논의했다가 고정요율제 도입에 반발하는 여론에 밀려 결정을 미뤘던 경기도의회는 19일 본회의에 다시 개정 조례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의회는 조례안을 네 가지로 마련한 뒤 12일에 무기명 투표를 진행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조례안을 선택했지만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매매가격 6억 원 이상∼9억 원 미만, 전세금 3억 원 이상∼6억 원 미만 주택을 거래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내는 중개보수를 최대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조례 개정 권고안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 하지만 2월에 경기도의회는 중개보수요율을 낮추되 ‘특정 요율 이하’로 돼 있는 정부 권고안에서 ‘이하’란 표현을 뺀 고정요율제를 본회의에 상정하려 했다. 그러나 이 방안이 공인중개사와 소비자가 협의할 여지를 없애 가격 경쟁을 제한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이 나오자 결정을 미뤘다.
이어 공인중개업계의 눈치를 보던 서울시의회는 이달 2일에, 인천시의회는 11일에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며 조례안 개편을 연기했다. 서울은 이달 30일에 공인중개사협회,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공청회를 열어 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정부 권고안대로 보수요율을 낮춘 곳은 강원도의회뿐이다.
봄 이사철을 맞은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경기지역 3억 원대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박미영(가명) 씨는 “이사를 곧 가야 해서 좋은 전세매물이 나오면 얼른 계약하고 싶지만 계약한 뒤 복비가 내릴까봐 눈치를 보고 있다”며 “기다리다 좋은 집을 놓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형찬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 권고안은 2000년에 만들어진 조례를 전세금이 오른 현실에 맞게 바로잡은 것”이라며 “지방의회들이 공인중개업계의 눈치를 보며 도입을 미루는 건 소비자들의 편익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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