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가 18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으로 홍 대표를 찾아가면서 이뤄진 두 잠재적 대권주자 간의 30분 대화는 시각차만 확인한 설전(舌戰)으로 마무리됐다.
홍 지사의 도정 소개를 포함한 첫 10분은 그나마 의례적인 덕담이 오가는 듯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해법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왔다”고 운을 떼기가 무섭게 분위기는 급랭했다.
▽홍 지사=무상급식이 중단된 게 아니고 보편적 무상급식에서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했다. 경남에는 (지금도) 6만6000여 명의 학생이 무상급식을 국비로 받고 있다. 밥보다 공부가 우선 아니냐. 작년 10월부터 저희들에게 ‘밥 안 먹어도 좋으니 우리도 학원 다닐 수 있게 좀 해달라’는 (서민 자녀들의) 편지가 많이 왔다.
▽문 대표=아이들이 어른들 정치 때문에 경남의 아이들만 급식을 받지 못한다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해법이 있다면 대화를 나눠보자는 것이고, 해법이 없다면 돌아가야죠.
▽홍 지사=도의회가 정해준 대로 집행하는 것이 집행부의 도리다. 그게 바뀌지 않는 한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냐. 지금 대표도 국회의원으로 계시지만, 국회가 예산안 확정하면 그에 따라 집행부는 집행할 수밖에 없다.
▽문 대표=아휴, 천하의 홍준표 지사가 의회 뒤에 숨냐?(웃음) 박종훈 교육감이 한번 만나자고 요청해도 도통 만나주지 않는다고 하더라. 한번 만나서 대화를 하지 그러냐.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표는 “(홍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 드라이브를 건 것은 천하가 다 아는데 도의회가 예산을 결정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홍 지사는 “딴 데 쓰는 게 아니고 못사는 애들 도와준다는 거 아니냐”고 맞받았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가시 돋친 말이 오갔다.
▽문 대표=지금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길을, 잘못된 길을 가시는 거예요 지금.
▽홍 지사=잘못된 길 가는지 안 가는지는 나중에 가서 판단해 봐야지요.
문 대표는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 홍 지사도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군에 올라 있다. 문 대표는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이 야권의 복지 프레임을 뒤흔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회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정공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부산경남 출신인 둘의 관계는 과거부터 원만하지 않았다. 홍 지사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비서실장 출신 문 의원은 (대통령이 아닌) 비서실장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에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독보적인 존재였으나 아들 부정사건 때문에 낙선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같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이날 두 사람의 기싸움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문 대표가 “우리가 노력하면 급식뿐 아니라 교복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여당은 “‘무상 시리즈’의 가짓수를 늘려 교복으로까지 넓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야당은 “무조건 정치공세를 쏟아내는 대신, 어떻게 복지를 확대할 수 있을지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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