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중메시지’에 재계 혼란
崔부총리 경제장관회의 주재… “투자 유도위해 10조 추가 투입”
같은 시간 사정기관 차관 회의… “기업비리 척결에 행정력 집중”
정부가 20일 장관급 회의에서는 10조 원대의 경기 부양책을, 차관급 및 1급 회의에서는 정부 합동의 부정부패 척결 방안을 내놨다. 한날한시, 같은 건물에서 나온 상충되는 두 메시지로 경제계는 혼란에 빠졌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섞어 어설픈 정책 조합(폴리시 믹스)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 19층 회의실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유효 수요 증대를 위한 추가 재정 대책’을 발표했다. 상반기(1∼6월)에 3조1000억 원의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올해 안에 6조9000억 원 규모의 민관 공동 투자를 추가 집행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시간, 같은 청사 9층 회의실에선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범정부 사정 대책을 논의했다.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경찰청의 차관급 및 1급 간부와 홍윤식 부패척결추진단장(국무총리실 1차장)이 참석했다. 사정기관 및 권력 기관의 부기관장이 총집결해 부패 척결 대책을 논의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기관들은 기업의 불법 비자금과 탈세 행위, 무역 비리, 가격 담합 등 부정행위를 색출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추 국무조정실장은 “조직 전체의 역량을 모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달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유도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대적인 기업 조사를 하고 있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경제 정책은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 정부 안에 있어도 헷갈리는데 밖에서는 오죽하겠느냐”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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