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부양-비리척결’ 이중 메시지]
강도 세지는 사정 드라이브 왜
정부 “경제활성화 장애물 치우기”, 일각 “3년차 승부수… 李총리 총대”
정부가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부패 척결 의지의 강도를 높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일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공공 부문, 민생 부문, 경제·금융 분야를 우선 척결 분야로 지정한 건 이율배반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 적폐를 바로잡아야 국가경쟁력이 올라가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공공 부문에 신경을 썼으니 올해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민생과 경제·금융까지 확대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도 통화에서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공공 분야 적폐뿐만 아니라 민생과 경제, 금융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만큼 부패를 척결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원내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해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인상하라고 해 놓고 갑자기 뜬금없이 사정 정국을 만들었다”며 “여당 의원들조차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국면 전환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좀처럼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자 국정 장악을 위해 역대 정부처럼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여당 의원은 “청와대와의 조율 속에 대대적인 사정(司正)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 인준 절차 과정에서 사실상 반쪽 총리로 전락한 이 총리가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는 관측도 당내에서 적지 않게 나온다.
역대 정부를 살펴보면 사정 정국을 조성해 정국 주도권을 잡았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숙청을 단행했다. 집권 3년 차인 1995년에는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강조하며 사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김대중 정부 때는 1999년 외환위기 책임 규명을 위한 경제청문회를 진행했고, 노무현 정부에선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당시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사정 정국과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수사를 하면 되는데 담화를 발표하며 ‘이제부터 시작하겠다’는 경우가 없지 않았느냐”며 “기획수사를 하느냐는 식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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