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사건 전문 형사가 들려준 ‘通情 百態’

  • 동아닷컴
  • 입력 2015년 3월 22일 15시 27분


간통죄가 2월 26일 폐지됐다. 나는 1976년 경찰에 입문해 2007년 퇴직할 때까지 30여 년간 3000여 건의 간통사건을 경험했다. 따라서 간통법의 모순과 악용 실태를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식당을 하는 아내가 교통경찰관과 바람이 났다. 남편이 낌새를 채고 둘의 동태를 살폈다. 아내의 특이한 신음소리를 들은 남편은 현장을 급습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야동에서나 볼 수 있는 오럴 성행위 장면이 찍혔다. 그러나 사진을 본 경찰관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무혐의 증거를 수집하셨네요.”(형사)

“전희(前戱) 장면이 분명하잖아요?”(남편)

“좀 더 기다리시지…너무 빨리 덮쳤습니다.”(형사)

간통죄의 유형은 성기끼리의 접촉인 ‘성교’ 단 한 가지다. 이 남녀는 즉시 석방됐다.

무위도식에 바람피우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구타까지 하는 남편이 있었다. 아내는 식당에서 일하다 단골손님과 사랑에 빠졌다. 남편이 ‘현장’을 잡았고, 아내를 심하게 구타해 갈비뼈 3대에 금이 갔다. 아내는 부상 치료를 받은 뒤 간통죄로 구속됐다.

가슴 아픈 사건도 있다. 술, 도박, 폭력을 일삼던 남편이 내연녀와 가출했다. 아내는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식당에 취직했다. 몇 년이 흘렀고, 아내는 다른 남자와 사랑하게 됐다. 그러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 남편이 밀애 현장을 신고해 둘은 현행범으로 연행됐다. 아내는 남편의 적반하장에 분개하며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경찰은 저간의 사정을 참작해 아내를 불구속 석방했다. 그러나 여자는 곧장 근처 아파트로 가 투신자살했다. 담당경찰은 “차라리 구속시켰다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후회했다.

외도는 보통 여자보다 남자가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간통죄로 기소된 여성은 51%, 남성은 49%다. 남편의 간통에 관대하고 아내의 간통에는 상대적으로 가혹했다. 아내가 남편을 간통으로 고소했다가 경제적 문제로 금방 취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반면 아내를 간통죄로 고소한 남편들은 쉽게 취하하지 않았다.

형사들은 간통죄 수사를 아주 싫어해서 순번대로 돌아가며 사건을 배당 받았다. 형사들은 성교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여성을 산부인과에 데려가 정충반응검사를 받게 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휴지를 국과수에 의뢰해 유전자 검사를 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간통죄가 폐지돼 간통 행위가 많아지진 않을까 우려한다. 그러나 형법상 죄가 아닐 뿐, 간통 등 부정한 행위로 이혼할 경우 유책 배우자는 그 책임을 지게 된다. 이와 관련한 이혼 위자료를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간자(相姦者)에게도 가정파탄의 책임을 중하게 물어야 한다. 혼외정사를 즐긴 타이거 우즈가 우리 돈 9000억 원의 위자료를 물게 됐다고 한다. 이런 패가망신이 남의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 이 기사는 구무모 전 형사가 신동아 4월호(시판중)에 기고한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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