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5주기… 아직도 유언비어와 전쟁중]
“北소행 아니라며 툭 던지는 한마디… 바로잡기도 지쳐 속으로만 웁니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는 거짓 선전은 사건 발생 5년이 되도록 한국 사회를 떠돌고 있다. 거짓 의혹 제기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바로 생존 장병과 유가족들이다.
천안함 폭침 당시 하사로 천안함에 탑승했던 라정수 씨(26·2013년 전역)는 비가 오는 날이면 희생된 전우들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건을 둘러싼 유언비어에 ‘괜찮은 척’하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하지만 라 씨는 “지금도 유언비어가 적힌 인터넷 글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1%의 사실을 듣고 99%의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살아남은 전우들끼리 ‘바로잡자’는 이야기를 종종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고 민평기 상사(사고 당시 34세)의 아버지 민병성 씨(75)는 가까운 지인에게서 “천안함 침몰은 북한 짓이 아니지 않으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민 씨는 “친구라도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고 점잖게 타일렀지만 서운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아들의 죽음으로 받은 보상금 중 1억 원을 기부한 민 씨는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나 할 법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풍조에 놀랐다”고 말했다.
맹목적인 정부 불신이 유언비어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박석원 상사(당시 28세)의 아버지 박병규 씨(60)는 천안함과 관련한 인터넷 유언비어를 보고 댓글을 단 경험이 있다. 그러나 댓글을 달면서도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로 의혹을 제기한다”고 지적하며 “진보는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정부 말이라면 무조건 믿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21일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추모회에 참석한 고 안동엽 병장(당시 22세)의 아버지 안시영 씨(63)는 아들의 비석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아들을 자주 보기 위해 서울에서 대전현충원이 가까운 충북 청주로 이사했다. 그는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천안함 사건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속으로 눈물을 훔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전했다. 안 씨는 “그런 유언비어를 들으면 무척 섭섭한데 말로는 표현을 못 하고 그저 속으로 참는 것”이라며 아들의 비석을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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