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정작 이를 비판하는 우리 정부의 위안부 교육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현장에서 위안부 교육을 두고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각각 역할을 나눠 맡았지만 서로 엇박자 행정을 보이면서 우리 위안부 역사 교육이 컨트롤타워 없이 표류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22일 우리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분석한 결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이 가장 적은 교과서의 경우 본문 한 문장과 ‘위안부 소녀상’ 사진 설명이 전부였다. 반면 가장 길게 설명한 교과서는 3면에 걸쳐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교과서별로 위안부 교육 편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의원에 따르면 교과서 본문 중 위안부 관련 서술이 가장 적은 것은 지학사 교과서였다. 이 교과서에서 위안부 관련 본문 설명은 ‘일제는 1930년대 초부터 젊은 여성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끌어가 성 노예로 삼았다’란 한 문장이다. ‘중단원 마무리’ 코너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위안부 평화비에 대한 사진 설명과 ‘수요집회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고, 이와 같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까닭을 서술해 보자’라는 질문으로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를 직접 찾아보게끔 처리했다.
리베르스쿨 교과서 역시 위안부 관련 기술은 세 문장에 그쳤다. 일본군이 만주사변부터 군 위안소를 운영하기 시작해 일제강점 피해국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내용만 소개했다.
이처럼 위안부 관련 내용이 간략한 것은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이 위안부 문제를 느슨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현행 집필기준에 따르면 ‘일본군이 위안부 등을 강제 동원하고 물적 수탈을 강행했다’란 내용을 포함하도록 해 위안부 문제를 일제의 수탈 중 일부로 설명한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처럼 오늘날에도 역사왜곡 논란을 낳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상세한 집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백과사전이 아닌 만큼 위안부 관련 기술을 모두 담을 수 없겠지만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학계가 세밀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 위안부 교육이 부실하다고 지적된 교과서들 역시 다른 일제 수탈 내용에 대해선 비중 있게 다뤄 검정기준을 통과한 만큼 집필기준을 다듬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교육부는 “위안부가 일본군 주도로 저질러진 인권 문제라는 점을 보다 부각해 교과서를 기술할 것”이라는 방침을 지난달 발표했으나 관련 내용이 교과서에 반영되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교육과정 및 교과서 집필기준을 올해 수정하더라도 새로운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8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교사·학생용 보조교재를 통해 학교 교육을 보완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하다. 교육부는 당초 3월까지 위안부 관련 보조교재를 개발한다고 밝혔으나 담당 업무를 맡은 여성가족부는 현재 교재 감수 중에 있고 검토 마무리는 일러야 4월 중순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3월 초로 예정됐던 교재 배포 일정은 현재 미정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우리와 협의 없이 3월까지 교재 개발이 완료된다고 못 박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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