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이곳, 장비 걱정 전혀 없이 글램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램핑’ 홍보문구다. ‘글램핑’은 ‘화려한(glamorous)’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이미 설치돼 있는 캠핑시설에 몸만 가서 즐기는 레저시설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박에 7만∼12만 원으로 쉽게 이용권을 살 수 있어 최근 5년간 이용객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 겉만 번지르르할 뿐 안전과 관련된 대비는 거의 없었다.
○ 간격 좁고 실내는 인화성 물질로
22일 화재로 5명이 숨진 인천 강화도 민박집 앞마당엔 텐트 3개가 ‘ㄱ’자 형태로 2m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텐트 사이에는 나무 탁자가 있을 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경찰은 “세 개 텐트는 모두 넓은 나무 덱 위에 설치됐는데 나무를 타고 열기가 옆 텐트로 전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연성 물질이 텐트 주변과 안에 가득 차 있는 것도 문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민박집에서 전선을 텐트까지 연결해 텐트 하나에 220V용 멀티탭(3개 짜리) 3개씩 설치했다. 한 텐트에 콘센트 9개씩을 쓴 것. 과열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바닥에 설치한 온열매트, 얇은 스티로폼 소재인 단열재, 폴리·나일론 소재의 천막뿐 아니라 이불, 쿠션 모두 불이 잘 붙는 소재다. 화재 시 유독가스 때문에 바로 질식사할 위험성이 높다.
○ 캠핑족 300만 시대…안전 규제는 ‘0’
이렇게 안전 규제가 미비한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캠핑장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놨기 때문이다. 전국의 캠핑장은 1800여 개. 시설이 영세한 사설 야영장까지 포함하면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중 등록한 업체는 230개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는 1월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존 업체들에 ‘야영장업’으로 5월까지 등록하도록 했다.
캠핑전문가 김준성 씨는 “숙박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체험장으로 허가를 받기 때문에 가구, 벽지의 소재에 규제가 없는 것이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과열방지 장치가 없는 전기온돌을 쓰거나 대형 포말 소화기가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는 것. 실제로 14일 경기 양평군 야외캠핑장 텐트 안에서 석유난로가 폭발해 7세, 9세 형제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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