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대 기준금리의 효과가 대단하다. 한국은행이 12일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하하면서 모처럼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은행 예금 금리가 떨어지자 주식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본보기집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저축은행이나 증권사 등에는 은행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이자를 찾아 헤매는 ‘금리 유목민’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이 얼어붙는 것만큼 안 좋은 현상도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시장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물론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한다는 이번 금리인하의 목표가 얼마나 달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은이 금리를 내린 지 일주일여 만에 기획재정부도 예산 조기집행 등 1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사실 이번 한은의 금리인하를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동아일보가 10일 경제 원로 15명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답변을 거부한 2명을 뺀 13명 가운데 6명이 금리인하에 찬성했고 7명이 반대했다.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지금 우리 경제가 금리인하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금리를 내려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상황이며 가계부채를 늘리는 부작용만 가져올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지금 한국경제에는 금리인하나 재정지출 확대와 같은 단기부양책보다는 구조개혁이라는 장기대책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단기부양책은 저출산·고령화, 떨어지는 잠재성장률,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불임경제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금리인하와 같은 단기처방도 타이밍에 맞게 적절하게 써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분야 구조개혁을 “비장한 각오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금리인하를 반대한 사람들의 또 다른 주장은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사라진 한국에서는 금리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가계의 소득을 직접 늘려주는 정책을 통해 ‘분수효과(fountain effect)’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수효과란 감세나 저금리를 통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가계와 중소기업의 소득과 소비가 늘고 경제도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주로 보수진영이 내세우는 논리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근간이 됐다. 반면 분수효과는 가계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이들의 소비가 늘어 기업의 생산이 늘고 투자도 늘어난다는 진보진영의 논리다.
사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은 진작부터 기존 ‘낙수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분수정책’을 채택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최 부총리가 주도해온 기업소득 환류세제나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분수효과를 노리는 정책이다. 마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경제정당을 표방하고 나선 만큼 야당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국회에 계류된 9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로 화답하는 건 어떨까. 기업 투자의 물꼬를 터 일자리를 늘려주는 것만큼 가계소득 증대가 확실히 보장되는 길도 없지 않은가.
국민 입장에서야 떨어지는 물이든, 솟구쳐 오르는 분수든 가계소득이 늘고 경제에 활력만 돌면 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는 것처럼. 낙수정책과 분수정책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여야가 협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국민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정치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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