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가혜측 변호사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합의 각서에 ‘주민번호’ 대신 ‘생년월일’을 적어 보냈더니…
고소당한 20대女 합의 과정 공개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허위 인터뷰를 했다가 자신을 비난한 누리꾼을 대거 고소한 홍가혜 씨(27·여)의 고소대리인인 최모 변호사가 피고소인들과 벌인 합의 과정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 변호사 측은 26일 “심한 욕설만 골라서 대응했다”고 밝혔지만 홍 씨에게 신중을 기하자는 취지의 댓글을 단 누리꾼도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22·여)는 지난해 4월 18일 오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홍 씨를 향해 욕설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가 경기 안산단원경찰서가 보낸 고소장을 받았다. A 씨는 홍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민간 잠수사들이 배 안 생존자들과 인터뷰했다”고 하자 ‘××’ 등의 욕설과 함께 “거짓말이면 진짜 감방 갈 준비해라”란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A 씨는 최 변호사 측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e메일과 각서, 문자메시지 등을 본보에 공개했다. 양측은 A 씨가 2016년 3월 20일까지 최 변호사 명의 은행 계좌로 민형사 합의금 200만 원을 건넨다는 취지로 합의하기로 했다. 최 변호사 측은 ‘위반 시에는 지연손해금이 연 30% 비율로 추가된다’는 조항을 각서에 추가했다는 e메일을 A 씨에게 보내왔다.

A 씨는 e메일에 첨부된 각서의 ‘주민등록번호’ 항목을 ‘생년월일’로 변경해 답장을 보냈다. 주민등록번호를 전부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3일 오후 A 씨 전화기로 2분 새 문자메시지 5개가 날아왔다. 발신번호는 최 변호사 개인 휴대전화였다. “주민번호 적어 다시 보내세요. 지금 바로” “즉시 안 오면 합의 안 합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신분증도 촬영해서 보내십시오” “싫으면 합의하지 마세요”라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최 변호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 각서를 e메일 대신 등기우편으로 직접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화가 난 것 같았다”고 밝혔다.

A 씨는 최 변호사에게 “생년월일은 주민등록번호 대신에 기재해도 될 줄 알고 써서 보낸 것입니다. 변호사님께 감히 장난 걸 의도가 아니었는데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합니다”라는 사과 문자까지 보냈다. A 씨는 “등기우편을 보내려고 우체국에 가려던 날 아침 동아일보 보도를 접했다”며 “당시 변호사의 태도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미친×’ 세 글자 때문에 고소당해 합의한 사례도 있었다. B 씨는 홍 씨를 향해 인터넷 게시판에 ‘미친×’이라고 적었다가 고소당해 최 변호사에게 150만 원을 건네고 사건을 종결한 ‘합의서’를 본보에 공개했다.

홍 씨에게 신중론을 제기한 댓글도 고소 대상에 포함됐다. C 씨(35)는 “나는 ‘미친×은 미친×이고 사실은 사실이다. 미친×이라고 다 거짓말만 하는 건 아니다. 지금 밝혀진 사실도 있지 않느냐. 주워듣고 떠든 거지만’이라는 댓글을 달았는데도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C 씨는 “그 당시 홍 씨 관련 게시물에 ‘미친×’이라는 표현이 난무해 홍 씨를 향한 비난 여론을 줄이려고 댓글을 달았는데 고소를 당해 황당하다. 조사를 하던 경찰관도 이건 팀킬(게임에서 같은 편을 공격하거나 죽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악플 (고소) 대상을 매우 제한적으로 잡았다”며 “가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합의까지 포함한 합의이므로 200만 원이라는 금액이 결코 과하지 않고 적정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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