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물백신’ 의혹 사실로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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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표준硏 “한국 백신 효과 낮아”… 미접종 과태료 처분 농가 반발예상

그동안 축산농가들이 제기해 온 ‘물백신(효과가 떨어지는 백신) 논란’이 사실로 드러났다. 농민들의 이의 제기를 무시해 온 정부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산하의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로부터 ‘한국에서 사용 중인 기존 백신 균주(오 마니사·O manisa)와 최근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면역학적 상관성(0.1∼0.3)이 낮은 수준’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백신 접종 효과는 면역학적 상관성이 1에 가까울수록 높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상관성이 0.3을 넘어야 구제역 방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농민들은 지난해 12월 초 충북 진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후 계속해서 백신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백신 접종을 한 돼지에서도 연거푸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접종을 받아도 일부 개체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잘 해야 한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심지어 백신 접종 후 항체(면역체)가 생길 때까지의 2주 사이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다거나, 백신을 1번 접종하면 항체가 잘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백신 효과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농식품부는 올해 2월 기존 백신에 ‘오(O) 3039’ 균주를 추가한 새로운 백신을 수입해 구제역 발생 지역에 한해서만 우선 접종해 왔다.

물백신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자 농식품부는 26일 브리핑을 갖고 “과거에 발생했던 구제역의 바이러스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백신을 사용해야 할지 예상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2월에 들여온 백신을 상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기존 백신 재고(500만 마리분)는 돼지가 아닌 소에 쓸 계획이다. 하지만 백신 미접종 등으로 이미 과태료를 부과받은 축산 농가가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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