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무기구’ 꼼수로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시킬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8일 00시 00분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마감을 하루 앞둔 어제 실무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대타협기구 내의 야당 측 추천위원인 중앙대 이병훈 교수가 제안했고,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들은 대타협기구가 성사시키지 못한 합의안을 실무기구를 만들어 도출하자고 주장했으나 시한 연장을 통해 결론을 계속 미루려는 꼼수와 다름없다.

여야는 그동안 국민대타협기구의 시한 연장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이 종료되면 공무원 단체는 제외한 채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의 연금특위에서 5월 2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해 입법 과정을 밟게 된다. 대타협기구 참가자들이 지금 와서 실무기구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공무원연금 개혁을 포기하거나 좌절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타협기구에는 90일의 활동 기간이 주어졌으나 야당과 공무원 단체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개점휴업 상태로 대부분의 시간을 축냈다. 야당은 시한 마감을 불과 사흘 앞둔 이달 25일 자체 안을 냈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없는 안이었다. 공무원 단체는 정부와 여당 안에 계속 반대만 하다 시한 하루 전인 어제야 더 내고 지금처럼 받겠다는 공식의견을 내놓았다. 대타협기구가 문 닫을 시간이 되자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 구실만 찾는 식이다.

처음부터 공무원 단체를 포함시킨 대타협기구에서 타협안이 나오기를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 모른다. 과거 정권에서 몇 차례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도했을 때 공무원노조 대표들이 논의에 참여하면서 개혁 의지가 퇴색되고 결국 흐지부지됐음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또다시 그런 전철을 밟음으로써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지금의 공무원연금 제도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마냥 시간만 질질 끌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의했던 대로 국회 특위에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여야는 더이상 공무원 단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국민과 국가 재정만을 염두에 두고 타협안을 마련한 뒤 공무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국민대타협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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