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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주제는 ‘정직’]<57>국제결혼 늘며 부정사용 껑충
“불법인 줄 알았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나요?”
중국동포 김모 씨(61)는 한국 국적인 사촌동생, 언니, 남편 등 친지들의 건강보험증을 이용해 국내에서 병원 진료를 받아 왔다. 중국동포 상당수가 이런 수법으로 건보 혜택을 받기 때문에 별다른 죄책감이 없었다. 건강보험증에 기재된 사람과 본인이 동일 인물인지 확인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는 점도 김 씨를 안심시켰다. 김 씨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이런 수법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는 총 298건. 진료비도 총 503만 원에 이르렀다. 심지어 김 씨는 2010년 이혼 후에는 전 남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병원을 이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 씨의 부정직한 행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혼 후에도 건강보험증을 도용한 김 씨를 시댁 식구들이 신고한 것이다. 김 씨는 지난해 보건 당국의 조사를 받고 그동안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모든 비용을 토해 냈고, 형사 고발을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 씨는 “오랜 기간 습관적으로 건강보험증을 도용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라며 후회했다.
김 씨처럼 자신은 국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무자격자이지만, 국내 친지의 건강보험증을 빌려서 또는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증 부당 사용 적발은 총 4만5187건으로 2010년(3만1660건)보다 약 1.5배에 이르렀다. 부정 사용 액수도 13억200만 원으로 2010년(8억9600만 원)의 약 1.4배다.
건강보험 부정 사용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건강보험증을 빌려주는 가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이 늘면서 외국인 가족의 보험료를 내지 않기 위해 부정직한 행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증 부당 사용은 빌려준 사람도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빌려 쓴 사람의 진료 기록 때문에 향후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사보험 가입이 제한되거나 중증 질환 진단을 받았을 때 정작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010년부터 3년 동안 미국인 아내에게 자신의 건강보험증을 빌려주거나, 친척들의 이름을 빌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운 최모 씨는 약 133만 원의 부당이익금 환수 조치와 함께 형사 고발까지 당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증 도용은 단순한 개인 실수로 치부하기 힘든 범죄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돈이 새면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겨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증 부당 사용을 막기 위해 병의원에서 건강보험증의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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