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4월 평년기온(과거 30년간 평균기온)은 섭씨 12.5도 정도다. 4월 기온과 가장 유사한 달은 한가을인 10월(14.8도)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4월과 10월을 맞이하는 느낌은 매우 다르다. 4월이 되면 파릇파릇한 생동감과 새로운 활력을 느끼며 외향성이 강해지는 반면 10월이 되면 왠지 모르게 움츠려 들면서 내향성이 강해진다.
시월보다 더 추운 요즘 반팔을 준비하는 것은 왜일까. 앞으로 뜨거운 여름이 올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미래가 확실하고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에 맞는 준비와 대비를 하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미래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노후생활이 길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봄에 반팔을 준비하듯 우리는 건강과 돈을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건강하지 못하면 삶의 질이 높을 수 없다.
건강이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일종의 하드웨어라면 돈은 삶의 질을 유지해주는 소프트웨어다. 경제적인 뒷받침이 돼야 건강한 신체를 바탕으로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요즘은 은퇴 이후 삶이 그 어느 때보다 길어져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다. 게다가 현재의 삶마저 녹록치 않아 재무적인 은퇴준비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길어진 노후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한 노후준비는 연금이다. 긴 노후생활 내내 안정적인 경제적 토대가 돼줄 뿐만 아니라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큰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20년 이상 불입해 완전노령연금을 받도록 하고, 퇴직금은 생활이 힘겹다고 일시에 인출해서 생활비로 소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세액공제 확대와 저율과세 등의 혜택을 주면서 적극적으로 가입을 독려하고 있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저축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올해부터는 퇴직연금계좌의 소득공제 한도가 기존 400만 원에서 700만 원까지 확대됐기 때문에 ‘세테크’ 차원에서도 투자를 고려해 봐야 한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연말정산 논란을 의식해 세액공제율을 기존 12%에서 15%로 상향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뻔히 보이는 노후를 준비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것처럼 힘겨운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노후에는 노후에 맞는 옷을 걸쳐 입어야 한다. 그게 바로 연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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