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변수’로 4·29 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 지역이 최대 승부처로 급부상했다. 정치권에선 ‘관악을 승리=재·보선 승리’라는 말이 나온다. 야권은 ‘향후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를 놓고 한판 승부를 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에 따른 이득을 승리로 연결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국민모임 존재감 알리려는 승부수
“내가 무엇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내 몸을 불사르겠다.”
정동영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보수와 중도를 표방하는 거대 기득권 정당 체제와 정면승부 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힌 결정적 이유는 탈당 후 둥지를 튼 국민모임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한다. ‘제1야당 심판론’을 들고 나온 국민모임은 이번 재·보선 대부분 지역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전 의원은 “재·보선 결과가 ‘빈손’이라면 제대로 된 ‘대안 야당’을 건설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민모임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정 전 의원이 출마를 최종 결심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 근소한 차로 1위를, 군소정당 후보를 포함한 6자 구도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불출마 번복에 대한 비판 등 고민을 거듭하다 오늘 오전 4시에야 출마를 최종 결심했다”며 “이 잔이 피할 수 없는 잔이라면 마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의 과거 잦은 당적 변경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는 2008년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면서 “뼈를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에게 패하자 2009년 탈당해 고향인 전북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민주당에 복당한 뒤에는 2012년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그 후 원내 진입에 어려움을 겪자 올해 초 또다시 탈당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정 전 의원이 낙선하면 정치 인생이 끝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정동영, 친노와의 전쟁
정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등을 지내며 한때 ‘황태자’로 불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 진영과의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 탈노(탈노무현)를 표방하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제3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정 전 의원을 불러 “나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탈당을 강행하면서 사실상 친노와 갈라섰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정태호 관악을 후보는 모두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대표적 친노 인사들이다. 당 관계자는 “친노 진영과의 거듭된 ‘악연’도 이번 보선 출마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정 전 의원은 사실상 친노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여야, 관악을 현장 지도부 회의
여야 지도부는 이날 관악을 지역에 총출동해 맞대결을 펼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오신환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야당 의원들이 중앙정치와 이념논쟁에 빠져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13대 총선 이후 한 번도 현 여당 의원이 당선된 적이 없는 불모지인 관악을에서 야권 내부 갈등을 부각시키고 ‘젊은 피’ 수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신림동의 한 문화복지시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권의 독주를 막는 브레이크 선거”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 등 탈당파들이 들고 나온 ‘문재인 심판론’에 맞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박근혜 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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