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축구국가대표팀 은퇴경기를 치렀다.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과 어머니 오은미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출전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 42분 교체로 물러나면서 그간 정들었던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했다.
대학생이던 2001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차두리는 뉴질랜드전까지 14년간 A매치 76경기에 출전해 4골·7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2002한일월드컵 4강,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2015호주아시안컵 준우승 등 한국축구의 영광스런 역사와 동행해왔다.
대표팀에는 이날 경기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에게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게 하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반 37분 대표팀이 페널티킥을 얻자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손흥민(레버쿠젠)은 키커로 대선배를 불렀다. 그러나 차두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라운드에 있을 때만큼은 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미였다.
하프타임에 진행된 은퇴식에서 차두리는 등번호 22가 새겨진 골드 유니폼을 입고, 하프라인을 따라 도열한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했다. 차두리는 과거 자신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기념패를 받은 차두리는 기념 꽃다발을 전달한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한참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순간 ‘차두리 고마워’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본부석 맞은편에 펼쳐졌다. 차두리는 “내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너무 감사드린다. 나는 잘하지 못했지만 항상 열심히 하려는 선수였다. 여러분들이 그걸 알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강한 체력과 몸싸움을 앞세운 ‘차미네이터’ 차두리는 한국축구에 보기 드문 측면 수비수였다.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