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구조조정 재시동]시한 넘긴 노사정 대타협 진통 거듭
정부 “의제에 반드시 포함해야”, 노동계 “고용 위협… 수용 못해”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문제는… 의제서 제외뒤 추후논의 가닥
노사정(勞使政) 협상이 시한을 넘겨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저(低)성과자 해고 문제가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고 문제는 노동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핵폭탄’급 사안이어서 이 문제를 정부가 철회하지 않는 한 대타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 협상팀은 비정규직 고용 기간 연장 문제를 이번 대타협 의제에 포함하지 않고, 추후에 다시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도 부정적인 데다 기간제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국회 통과도 어렵기 때문에 추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안만큼은 구조 개혁 의제에 꼭 포함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협상에서도 노동계를 강하게 압박했고, 이 때문에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강경파의 반발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정리해고와 달리 일반해고는 성과가 낮은 근로자 등을 상대로 하는 해고를 뜻한다. 특히 일반해고는 근로기준법을 고치지 않고, 개별 사업장 노사가 취업 규칙 등으로 사유와 절차 등을 명확히 세우기만 하면 된다. 야당이나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도 고용 유연성을 대폭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해고 절차를 명확히 해서 더욱 엄격히 하자는 것인데 노동계가 계속 오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노동계가 끝까지 거부할 경우 노사정 대타협 없이 구조 개혁을 독자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노동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해고 절차를 쉽게 하든 어렵게 하든 “지도부가 해고 방안에 동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정부안을 거부만 할 경우에는 노동계가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의지가 없다는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특히 협상이 길어질수록 한국노총의 대표성 문제도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노사정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협상을 주도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사안들은 정부안을 수용해도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서도 “해고 문제를 그대로 받았다가는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한 내 대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의 책임론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 투쟁을 선언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는 1일 김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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