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빈손으로 끝나게 생겼다. 지난해 말 시작한 국정조사는 청문회 한 번 못 열고 7일 활동을 마감할 예정이다.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대립하는 탓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5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혹으로 망신을 주려는 정치 공세”라며 반대했다.
새누리당 측 간사인 권성동 의원의 책임이 무겁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법무비서관을 지냈고 18,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그가 보은을 위해 증인 채택을 막아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국회의 의무인 국정조사를 이대로 무산시키면 국민들의 질책을 면치 못할 것이다. 뚜렷한 증거 없이 전임 대통령을 국조에 불러내는 것은 무리라고 해도 전 정권의 실세였던 이상득 박영준 두 사람이 해외자원 개발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최 경제부총리도 당시 주무인 지식경제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감사원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이 2003년 이후 116개 사업에 31조4000억 원을 투입했으나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은 4조600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도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중간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31조 원 가운데 이명박 정부 때 투입된 금액이 27조 원이다. 이들 공기업은 31조 원의 대부분을 빚을 내서 투자했으며 이 때문에 올해 5조2774억 원을 비롯해 2019년까지 22조6850억 원을 갚아야 하고, 계약에 따라 앞으로 34조 원을 더 투자해야 한다. 민간기업이라면 벌써 부도가 났을 것이다.
자원개발 사업은 기본적으로 실패 위험이 높기 때문에 과거 정부의 자원외교를 모두 잘못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권 실세의 무리한 추진과 ‘낙하산’ 공기업 사장의 윗선 살피기로 ‘묻지 마 투자’가 횡행한 것은 사실이다. 각종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는 4대 개혁의 하나로 공공기관 개혁을 내세웠다. 무리한 정책으로 수십조 원을 날릴 위기를 자초하고 공기업들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은 문제를 놔둔 채 공공 개혁을 말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처럼 혈세가 낭비되고 공기업들이 위기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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