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봄에 벚꽃 말고 다른 꽃은 없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2015년 4월 5일 일요일 비/흐림. 작사가 Y의 이야기.
#152 Buena Vista Social Club ‘Como Fue’ (2015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보컬 이브라힘 페레르의 뒷모습. 씨앤엘 뮤직 제공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보컬 이브라힘 페레르의 뒷모습. 씨앤엘 뮤직 제공
금요일 밤, 토이 콘서트엘 혼자 다녀왔다. 이적, 김연우, 김동률, 윤종신, 성시경을 비롯한 여러 객원가수가 지원한 무대는 화려했다.

“나오시는 가수들이 CD랑 똑같아요. …왜 이걸 공연장에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신의 달리는 가창력을 반어법으로 자학하며 눙친 유희열의 개그. 객원가수들의 가창력은 대개 비현실적일 정도로 완벽했다. ‘나는 가수다’ 콘서트에 온 듯했다.

‘여전히 아름다운지’에서 카메라는 피아노를 치는 유희열을 건반 왼쪽에서 잠깐 바라봤다.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가 보였다. 취업준비생의 이별 노래쯤으로 읽히는 ‘거짓말 같은 시간’의 종결부, ‘영원히… 기억해…’를 들으며 난 잠시 뭔가를 떠올렸다. 거의 모든 순간은 거의 영원히 잊혔다.

전날, 서울 명동에서 작사가 Y를 만났다. 이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작년에 소소한 히트곡 하나를 낸 그는 저작권료 바라보고 사는 게 보통 일 아니라고 했다. “처음 일 시작할 땐 그때그때 내 감정만으로 노랫말이 써질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Y는 요즘 에세이집을 읽거나 떠오르는 키워드를 메모해 매일 데이터베이스화한다고 했다. 그는 “히트곡은 계절을 심하게 타더라. …봄에는 벚꽃 말고 다른 꽃은 없는가” 하며 웃었다. 일본에서도 2∼3월에 동방신기, 아라시가 나란히 제목에 ‘사쿠라’가 들어간 노래를 내놨다면서, 거기 사정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다며 그는 또 한 번 쓰게 웃었다.

부활절 아침. 아파트 단지에 꽃망울이 터졌다. ‘튜스데이스 곤’ ‘스위트 홈 앨러배마’ ‘프리 버드’로 유명한 미국 록 밴드 레너드 스키너드의 전 드러머 밥 번스(1950∼2015)가 3일(현지 시간) 사망했다는 뉴스를 본다. 자동차 사고였다. 1977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두 멤버를 잃었던 스키너드….

‘어땠었죠? 설명해줄 수 없어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잠실철교를 달리는 전철 위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코모 푸에’를 들었다. 막 켜진 조명을 받은 올림픽대교의 꼭대기가 차창 너머로 지나갔다. 빛바랜 필름 속 샹들리에처럼 천천히.

나의 첫 마음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우린 왜 하필 세기의 끝에 태어나서 그 많은 약속을 화석처럼 싱크대 아래로 흘려보냈을까. 바보처럼 믿고 있었다. 지금은 잊어버림의 어둡고 컴컴한 우주에 떠 있는 우리의 별들.

오랜만이야. 안녕. 그리고 안녕.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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