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밝게 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곽영숙 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곽영숙 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생후 첫해에 영아는 자신을 돌봐주는 누군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다. 전적으로 양육을 맡아 24시간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사람이 필요하며 적어도 유아가 분리가 가능할 때까지 이런 돌봄이 필요하다. 당연히 돌보는 사람은 다른 일을 하기 어렵고 몸도 힘들며 잠도 부족해 가족 외의 다른 이를 만나기도 어렵다.

가족이 지원해 주면 다행이지만 더이상 할머니, 외할머니도 맡으려 하지 않는다. 육아휴직은 공무원과 일부 대기업 외에는 그림의 떡이다. 어쩔 수 없이 돌도 되지 않은 영아들이 교사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를 돌보는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많은 아이들이 안정된 애착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박탈당할 위험에 놓여 있다. 영아는 돌봐주는 이를 통해 세상과 자신을 본다. 어린이가 외부 세상을 위험하고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느냐, 믿을 수 있고 안전한 것으로 받아들이느냐가 이 경험에 달려 있으며 평생에 걸쳐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와 자아상,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누구든 양육을 맡은 사람을 혼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되며 모든 양육의 짐을 맡겨서도 안 된다. 양육이 자기실현과는 먼 일로 여겨지고 다른 일이 없어 마지못해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행복한 선택이 되도록 실질적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적어도 양육수당이 보육비 지원금만큼은 돼야 한다. 양육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행복하고 즐거운 유아 경험을 통해 세상을 믿고 분노를 조절하고 자신감을 갖는 인성의 바탕을 갖게 된다.

작년 9월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됐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직 내용을 모르고 있다. 부모가 된다고 당연히 부모 노릇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학대 비율은 친부모가 77.3%로 계부·계모(4.3%), 어린이집(2.7%)보다 높다. 그러나 친부모의 학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알려져도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다.

우리는 계부나 계모 또는 어린이집의 학대에는 분노하고 마음껏 비난한다. 우리는 비난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모든 사회폭력은 가정폭력, 아동학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곽영숙 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영아#돌봄#가족#양육#행복한 선택#실질적 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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