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회장 수사 韓美공조… 한국서 송금 흔적 없는것 파악
美계열사 돈 빼돌린 단서 잡아… 2009년 노무현 수사도 핀센 활용
“미국 핀센(FinCEN)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머리털 수까지 다 세고 있는 듯하다.”
동국제강의 해외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6일 국세청과 검찰 안팎에서 나온 얘기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가 장 회장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정보분석기구인 ‘핀센’이 제공한 정밀한 자료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특히 장 회장이 미국 카지노에서 50억 원가량을 딴 게 화근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동국제강을 압수수색한 지 일주일 만에 일본의 고철 납품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아 미국법인으로 송금하는 데 관여한 이 회사 A 전 전무 등 핵심 임원급 인사를 소환해 조사했고, 장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핀센은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한국 금융당국과 사정당국에 장 회장 관련 파일을 통보했다. 여기엔 장 회장이 미국 최고급 카지노 호텔에서 사용한 돈의 총액뿐 아니라 그가 구입한 카지노 칩의 개수와 사용 일시까지 상세하게 기재돼 있다고 한다.
특히 장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초특급 카지노 호텔인 벨라지오, 윈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세 차례에 걸쳐 총 500만 달러 정도를 딴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미국 도박장은 외국인이 돈을 잃고 나갔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거액을 딴 경우 상세하게 신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핀센은 장 회장이 거액의 도박자금을 한국에선 송금 받은 적이 없는 것에 주목하고 미국 내 범죄와 관련된 자금일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장 회장과 미국법인 동국인터내셔널(DKI)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DKI가 일본과 미국 내 고철 납품업체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납품 단가를 부풀려 수천만 달러를 빼돌린 흔적을 포착했고, 장 회장이 도박을 한 시기를 전후해 용처 불명의 1000만 달러(약 110억 원)가량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흔적도 잡았다. 핀센은 한국 금융당국에 조사한 자료를 통보했고, 검찰은 해외에서 벌어진 비자금 조성 혐의와 미국 내 도박 의혹에 대한 핵심 수사 단서를 확보한 셈이다.
핀센의 위력은 과거에도 확인된 적이 있다.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40)가 미국 빌라 구입 대금을 내기 위해 13억 원을 불법 송금한 혐의를 수사했는데, 이 사건에서도 핀센이 등장한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2011년 언론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나와 ‘미국에서 집을 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일 오후 5시쯤 핀센에서 정연 씨가 미국에서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일종의 단서를 보내왔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테러나 범죄자금 등이 여러 나라를 통해 자금세탁이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한국의 FIU나 미국의 핀센 등 간에는 공조 협약이 체결돼 있다”면서 “미국과의 교류는 특히 잘되고 있어 한국의 FIU가 핀센에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정보분석기구. 주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에 가입한 국가들과 협력해
금융범죄 관련 국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미국 핀센이 수집하는 정보의
폭이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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