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회장, 초등교 중퇴… 2조원대 기업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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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비리 혐의 성완종 회장 자살]2000년 충청포럼 세워 정치인 변신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64)은 ‘자수성가형 기업가’이자 ‘마당발 정치인’이었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신문 배달 등을 거쳐 사업을 시작해 2조 원 규모의 경남기업을 이끈 과정은 한 편의 인간승리 드라마였다. 1951년생으로 충남 서산 출신인 성 회장은 13세 때 계모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동생과 함께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에서 파출부 생활을 하던 어머니를 극적으로 만난 뒤 신문 배달, 약국 심부름 등을 하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그는 1970년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화물운송업을 했고, 1985년 대전 충남지역 대아건설을 인수해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사업 수완이 좋아 2003년엔 대우그룹 자회사였던 경남기업을 인수해 시공능력 26위 건설사로 키웠다.

그는 충청권 인맥의 ‘허브’로도 통했다. 2000년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만든 충청포럼이 기반이 됐다. 이 포럼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맥을 만들었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1991년 서산장학재단을 설립해 장학 사업을 펼쳤다.

성 회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해 국회에 진출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선진통일당(옛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로 새누리당과의 합당에 힘을 보탰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8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의 공신이다”라고 주장한 이유였다.

성 회장은 2002년 자민련에 정치자금 16억 원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2005년엔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120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준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두 번 모두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다. 지난해엔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그와 최근 전화 통화를 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검찰이 자원외교와 관련된 수사만 하면 되는데 회사 운영 등에 대해 별건 수사를 진행한 것을 놓고 표적 수사가 아니냐고 억울해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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