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동아일보의 ‘2015 건강 리디자인-아이 건강, 평생 건강’ 기획 가운데 비만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울 도봉구 가인초등학교 3학년 장근호, 이동국, 김선홍(이상 가명) 군의 어머니들은 이렇게 말했다.
세 아이는 학교에서 신체측정 결과 비만으로 나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이날 병원을 찾았다. 아이들은 오전 병원에서 문진과 혈액검사를 마치고 오후에 영양과 운동 상담을 받았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 제공하는 맞춤 처방에 어머니들은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세 아이가 먼저 들른 곳은 이 병원 영양상담실. 박영옥 영양팀 임상영양사가 선홍이를 환한 웃음으로 맞으며 긴장을 풀어줬다. 145cm에 50kg으로 또래 중에 키가 큰 편인 선홍이는 먹성이 대단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이 뭐냐”는 물음에 선홍이는 “햄, 소시지, 감자튀김, 과일이 들어간 음료수를 좋아하고 나물이 싫다”고 답했다. 외식하면 삼겹살과 갈비 2인분을 뚝딱 해치우고, 딸기도 500g 한 팩을 한 번에 다 먹는다. 아빠가 귀가하면 치킨과 피자도 자주 시켜 먹는다.
박 영양사는 식사와 생활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것을 권했다. 식사 지침은 △학교 급식에서 저지방 우유를 선택할 것 △고기 먹을 때는 살코기만 먹기 △치킨을 끊지는 말고 프라이드치킨 대신 구운 치킨 먹기 △간식은 튀긴 감자 대신 찐 감자 먹기 등이었다. 국수처럼 한 그릇에 담아 다 먹는 음식은 탄수화물 위주로 먹게 돼 살이 찐다는 점도 일러줬다.
생활 지침에는 △아침 꼭 먹기 △스마트폰 보는 시간 줄이기 △자기 전에 스트레칭하기 △10시 이전에 잠들기 등이 포함됐다. 박 영양사는 노트 한 권을 주고 “오늘부터 식사일기를 꼭 쓰자”며 “일기를 쓰면 하루 동안 몇 칼로리를 섭취했는지 알 수 있어 식습관을 고치는 데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박 영양사와 선홍이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지침을 지킬 것을 약속했다.
성인 비만의 경우 체중을 감량해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목표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비만의 경우 체중 감량보다 현재 체중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키가 자람에 따라 비만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원칙에 따라 먹는 칼로리가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높지 않도록 영양 계획을 세워야 한다.
통상 성인의 경우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한 ‘1일 영양섭취 기준’을 참고한다. 이 기준에는 나이별 칼로리, 단백질, 비타민 등의 하루 권장량이 담겨 있다. 이 기준은 단체급식 등의 식단을 짤 때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준은 소아청소년에게 적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는 연령과 성별을 고려한 몸무게(kg)당 에너지요구량 산정방법을 권한다. 예를 들어 키가 127cm인 만 7세 여아의 경우 소아청소년 성장발달 곡선에서 키 백분위 중 50%의 체중(26.3kg)을 구한다. 만 7세 여아의 체중당 에너지요구량은 67Cal이므로, 26.3kg에 67Cal를 곱한 1762Cal가 하루 에너지요구량이다.
운동 상담과 처방은 이 병원 진영수 스포츠건강의학센터장이 맡았다. 키 134cm에 몸무게가 51kg인 근호는 TV 보기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 맞벌이하는 부모는 미안한 마음에 근호에게 집안일을 거의 시키지 않는다. 근호는 여섯 살 때부터 태권도를 했지만 한 달 전에는 이마저도 끊어 운동량이 부족했다.
진 센터장은 “근호의 비만 해소를 위해서는 일상 활동량의 증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로 시간을 내 운동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움직임을 늘려야 칼로리 소모에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근호 어머니에게는 집 안 청소, 설거지, 심부름 등을 시킬 것과 하루 동안의 움직임을 담은 활동일지를 적을 것도 주문했다.
대한비만학회가 제시한 비만 아동의 생활습관 개선 행동 지침에는 △집 안에서 노는 것보다 바깥 놀이를 한다 △TV를 볼 때는 팔다리를 뻗고 허리를 펴는 등 틈틈이 유연성 체조를 한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부모는 아이의 활발한 신체활동을 꾸짖지 말고 활동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고 함께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조자향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전문의는 “한 달 뒤 세 아이의 건강 상태를 다시 체크할 예정”이라며 “부모와 가족이 아이와 운동을 함께하는 등의 노력 정도에 따라 건강 상태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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