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9명 애틋한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세월호 1주년/애타는 실종자 가족]
감귤농사 꿈 부푼 父子… 제자 탈출 도운 ‘또치샘’… 16년만에 집 합친 엄마

다윤이 엄마 박은미 씨는 따뜻한 날씨에도 외투 안에 민트색 스웨터를 입고 다닌다. 민트색은 다윤이가 가장 좋아하던 색깔이다. 사연을 들은 한 자원봉사자가 직접 스웨터를 짜서 건넸다. 박 씨는 다윤이가 빨리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스웨터를 늘 곁에 두고 있다. “이 사진 좀 봐요, 민트색 바지 입고 있잖아요. 얘는 신발도 민트색이야.” 아버지 허흥환 씨는 다윤이를 찾으면 딸의 소원대로 어려운 사람을 위해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생일은 지난달 24일, 결혼기념일은 하루 전인 23일이었다. “생일이면 내가 항상 편지를 써서 현금 10만 원과 함께 양복 주머니에 넣어놓았어. 깜짝 선물이라고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부인 유백형 씨는 남편 생각에 잠시 미소를 지었다.

단원고 고창석 교사는 세월호 사고 당시 객실 곳곳을 뛰어다니며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고 “빨리 나가라”면서 탈출을 돕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학생들은 그를 정장 차림에 고슴도치 머리를 한 ‘또치샘’으로 기억한다.

오랜 기간 전남 진도 팽목항을 지켰던 박영인 군의 축구화는 세월호 수색 종료 이후 부모와 함께 안산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와 함께 여행하는 걸 좋아했기에 영인이 부모의 휴대전화에는 세 사람이 찍은 사진이 가득하다. 영인이 축구화 옆에 있던 기타는 남현철 군이 즐겨 연주하던 것이다.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양도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부인과 아들, 딸과 감귤농장을 운영하려고 제주도로 가던 권재근 씨는 아들 혁규 군과 함께 아직 발견되지 못했다. 베트남 출신 아내인 한윤지 씨만 발견돼 지난해 7월 장례를 치렀고 딸 지연 양은 구조돼 친가에서 지낸다.

16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영숙 씨는 생계 때문에 아들과 떨어져 살던 것을 늘 마음 아파했다. 어머니의 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아들 박경태 씨는 몇 년 전에야 어렵게 “엄마”라는 말을 꺼냈다. 제주에서 새로운 일을 하던 이 씨는 인천에 남겨놓았던 짐을 정리해 싣고 오다 변을 당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실종자#세월호#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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