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년 8개월 만에 2,100 선을 넘었다. 코스피는 어제 종가 2,111.72로 마감돼 2011년 8월 2일(종가 2,121.2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의 양적 완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의 돈이 증시로 몰린 데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추세다. 지난 3년간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0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0% 넘게 뛰었는데 한국만 부진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중국은 자본자유화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으로 외국자본이 밀려든 반면 한국에선 그동안 ‘너무 덜 올랐기 때문에’ 뒤늦게 부동자금이 몰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주가지수는 경기의 선행지표다. 증시가 활력을 찾으면 소비와 내수를 진작해 전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기초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코스피는 연초보다 200포인트가량 급등해 ‘거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금리 등으로 길 잃은 돈이 많아 오버슈팅(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과도한 상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실물 경제는 아직 한겨울이다. 수출과 내수 투자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내린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모건스탠리, LG경제연구원도 줄줄이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엔화 약세와 중국 성장률 둔화로 수출이 어려운 데다 기업들은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해 투자를 늘리지 않는 상황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이어지면서 모처럼의 증시 활황을 민생 경제로 연결할 기회를 놓칠까 걱정스럽다. 여야가 정치자금 논란에 휩싸여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민간투자법, 국가재정법의 통과에 손을 놓거나 정부가 공무원연금과 노동시장 개혁의 추동력을 잃는다면 경기 회복의 불씨도 꺼질 수 있다. 부패와 비리는 철저히 수사하되, 나라 전체가 온통 휩쓸려 저유가·저금리·저원화의 3저(低)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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