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조사 어디까지]
“너희도 정부편” 불신하던 생존자-유족들 이젠 왕복 10시간 거리 마다않고 찾아와
세월호 생존자인 김모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경기 안산시에 있는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를 찾고 있다. 왕복 10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김 씨가 이곳을 찾는 것은 이곳만큼 편하게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 이 센터는 세월호 생존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의 심리 치료를 위해 설립된 시설이다.
김 씨의 부인은 “남편이 처음 찾았던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는 짧고, 형식적인 상담 치료에 오히려 상처만 받았다”며 “가족에게도 쉽게 이야기 못 하는 사고 이야기를 계속 되풀이해도 안산 트라우마센터 의료진은 이를 막지 않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대해 준다며 남편이 무척 편해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4월 16일) 직후 설립된 안산 트라우마센터의 1년은 아팠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 처음 생존자들과 유족들 사이에서는 이 센터를 두고 “정부가 형식적으로 만든 시설”, “다른 트라우마 치료 기관과 다를 게 있겠느냐”는 비난이 나왔다. 이홍재 안산 단원구 보건소장은 “처음엔 ‘너희도 정부 편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며 치료를 거부한 사람도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센터 직원들은 생존자들과 유족들을 상대로 꾸준히 방문과 전화를 통한 설득을 진행했다. 또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사고 현장인 팽목항까지 도보행진을 하기도 했다.
설립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약 6개월이 흐른 지난해 10월부터 방문자가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한 달 방문 건수는 100건이 안 됐지만 올해 초 매월 1600건 정도로 뛰었다. 기체조와 안마 치료가 센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단순 상담과 달리 스트레스가 심할 때 몸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상담사와 등과 어깨 두드려 주기 등을 통해 교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1년가량이 지난 지금 피해자들과의 거리는 많이 좁혀졌지만 센터에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 직원이 정신건강의학 전공 전문의 4명을 포함해 총 34명인데 ‘고위험 스트레스성 환자’가 다수인 센터의 특성상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 사고 1년이 지난 요즘은 찾는 사람이 늘어나 더욱 손이 달린다. 센터 측은 “3인 1조로 당직을 서야 안정적이지만, 손이 부족해 2인 1조로 당직을 선다”며 “직원들의 체력 소진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센터 직원들은 처음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많은 유족들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한창우 센터장은 “아직까지 회복의 기미가 크게 보이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일부 유족의 시계는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산 트라우마센터 안팎에서는 연간 40억 원인 예산을 늘려 의료진을 늘리고, 프로그램도 더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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